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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입 선언한 삼성·LG, 'RE100'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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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입 선언한 삼성·LG, 'RE100' 어디까지 왔나

삼성, 작년比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LG,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아직 5%↓

지난 1월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RE100 가입 선언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100은 '재생전기(Renewable Elec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국제적 프로젝트다. 애플, TSMC 등 글로벌 기업 350여 곳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도 가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공정 내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여러 노력 중에서도 더욱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드디어 RE100 선언


삼성전자는 15일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 탄소 중립 달성과 RE100 가입 선언했다.

그동안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이 RE100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보일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간 RE100 선언만을 미뤄왔을 뿐 탄소 중립을 위한 준비는 계속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에선 이미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94%를 달성했으며 특히 2020년까지만 해도 5%도 되지 않던 멕시코에선 71%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높였다. 멕시코와 더불어 아직 20%대인 인도 역시 2025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뿐만 아니라 공정가스 처리, 제조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476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총 641만t(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그 중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감축 비율에서 재생에너지가 44%가 차지할 정도로 주력하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의 RE100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보고서에선 국내와 동남아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정확한 수치로 밝히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가별 재생에너지 사용 여건과 제도가 개선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사용한 총 에너지는 3만2322GWh이며 그 중 재생에너지는 5278GWh이다. 전체 비중의 약 16.3% 수준인데 업계에선 국내는 3%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 사용 에너지에서 국내 비중이 57%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를 비롯해 반도체 사업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

미국, 유럽 등 사업장에서 100%를 달성했어도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 증가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1480만t) 대비 17.6% 증가한 1740만t이다. 신규 반도체 제조라인의 확대 및 본격적인 가동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였다.

LG전자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사진=LG전자 '2021-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사진=LG전자 '2021-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


LG전자, RE100 선언은 빨랐지만…


LG전자는 지난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신청 승인의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RE100에 발을 들였지만, LG전자 역시 아직 시작 단계다.

LG전자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으로 2020년 4%를 목표로 해서 지난해 4.6%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5%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까진 매년 1% 미만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50%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워 남은 3년 남짓한 시간까지 45% 이상 확대해야 한다.

LG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15만2000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으로 2020년(129만4000t)에 비해 11% 감소하였다. 2017년 대비 40%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30년까지 50% 감축한다는 목표에 한층 가까워졌다.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폐전자제품 회수량은 증가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고객이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은 전년 대비 6.6% 줄었다.

가전제품은 제조 공정상 배출되는 것보다 사용 시 더 많이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에너지 고효율기술이 중요하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0% 저감할 방침이다.

그러나 LG전자는 따로 통계를 내진 않았지만 4.6%란 수치상 삼성전자와 다르게 재생에너지 전환이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다. LG전자의 북미법인은 지난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지만, 아직 비교적 속도가 더딘 편이다.

기업만의 잘못? 인프라 구축 시급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8월 말 발표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29%, 중견기업 10%가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5년까지'가 33.3%, '2026~2030년'는 9.5%로 집계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도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 빚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에도 국내기업들이 RE100이 현시점에선 각종 애로사항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꼽았다.

지난해 국내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대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보면, 국내 전력 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TWh(테라와트시), 30개 기업은 102.9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하지만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다. 이 수치는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인 약 30% 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 (25.1%)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으로 나타났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