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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뚝심·인내로 20년 한 우물 비나텍 정한기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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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뚝심·인내로 20년 한 우물 비나텍 정한기 CTO

세계 최초 MEA 밸류체인 구축

정한기 비나텍 CTO 겸 부사장. 사진=비나텍이미지 확대보기
정한기 비나텍 CTO 겸 부사장. 사진=비나텍
"재료는 10년 이상 연구해서 10년 이상 버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소재·부품 전문기업 비나텍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정한기 부사장은 자타 공인 카본 전문가로서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 사업을 이렇게 바라봤다. 20년간 한 분야에 매진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에 자부심을 품고 203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공과를 전공한 정 부사장은 처음부터 연료전지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차전지 연구개발을 했다.

그는 이차전지를 연구하던 중 1990년대에 카본을 만나게 된다. 당시 음극엔 카본이 아닌 리튬 메탈을 사용했는데 금속을 이용하면 충방전 사이클 성능이 100회를 넘지 못하고 폭발할 수 있어 상용화가 안 됐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이 카본 안에 이온을 넣는 만든 전지를 만들게 되면서 리튬이온으로 이름이 바뀌게 됐고 응용 분야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정 부사장은 "그때 카본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배터리 개발할 때 카본을 쓰지 않으면 이차전지 기술에서 다 무용지물이라 생각했다"며 "일본이 필사적으로 기술 공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본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넥센나노텍을 창업한 그는 친환경 카본나노소재를 개발했다. 이후 2013년 비나텍과 인수·합병해 수소연료전지인 전극과 촉매, 지지체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그는 "연료전지용 카본에 세계적으로 아무도 손대지 않을 때 그 분야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시장 선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20년간 재무적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는 한 아이템을 돈이 되지 않는데 계속 연구개발을 이끌어 왔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재료는 3년 안에 완성하지 못하면 10년 이상 연구해서 10년 이상 버는 것이다"라는 사업철학으로 20년을 매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부터 연료전지용 카본의 수요가 국내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 요구를 맞출 수 있던 것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비나텍이었다. 그는 "비나텍이 연관 산업인 MEA(막 전극 접합체), 촉매 등의 사업으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비나텍은 세계 최초로 MEA 밸류체인을 갖고 있다. 다른 MEA 회사들은 촉매와 지지체를 사다가 만들지만, 비나텍은 정 부사장의 주도로 자체 인하우스로 만들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녔다.

그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재료 쪽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긴 어렵다. 카본은 초기에 사다 쓰면 된다고 생각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며 "재료 국산화는 원재료부터 국산화를 해야 하는데 다 사다가 마지막 공정만 국내에서 했다고 국산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이어 "이전까지는 기존 범용 카본을 사다 썼지만, 지금은 수소연료전지에 특화된 카본에 대한 수요가 매우 커졌다"며 "카본의 니즈는 커졌는데 이제 개발해서는 대응할 수 없겠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개발한 비나텍은 변화한 고객사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은 20년간 한 분야에 매진한 결과, 이제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 국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3년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20년을 한 분야를 하면서도 재무적 성과가 좋지 않았는데 비나텍의 성도경 대표와 구성원들이 지원해서 가능했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재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3년 단기간이라 국산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전체적인 재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재료 분야 연구개발을 기다려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일 로드맵을 근거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큰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국내는 변동이 많지만, 유럽 특히 독일은 한 번 정하면 10년 이상 추진하기 때문에 국내 고객사 사업 변동에 큰 영향력을 받지 않았다"며 "유럽 시장 진입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좋은 성과를 얻게 됐다"고 했다.

비나텍이 생산하는 촉매와 지지체는 연료전지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전체 시스템의 25%, 스택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비나텍은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위해 2030년도까지 현재 가격의 70%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 인하를 위해 백금량 절감 등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전망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 추세로 줄이고 있는 화석연료 대안으로 연료전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클 것이다. 현재의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기술로 극복 가능한 내용들이며 지금의 문제로 미래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비나텍은 2030년 TOP1, 2026년 TOP3를 목표로 하며 현재 목표 도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