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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 시장, 파이 쪼개는 ‘BYD’…현대차·기아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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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 시장, 파이 쪼개는 ‘BYD’…현대차·기아 위기감 고조

가격 경쟁력보다 상품성 및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무기로
상용차 시장 환경 달라지는 만큼 공격적인 행보 이어갈 전망
BYD 1톤 화물 트럭 T4K 냉동 탑차 사진=GS글로벌이미지 확대보기
BYD 1톤 화물 트럭 T4K 냉동 탑차 사진=GS글로벌
BYD가 GS글로벌을 통해 1톤 트럭 T4K를 내놨다. 국내 독점 시장을 갖고 있는 현대차·기아를 정면으로 겨냥한 행보다. 일단 GS글로벌은 전기 트럭을 내놓는 것이 탄소절감에 일조하기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이면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골리앗 기업 BYD가 본격적으로 국내 상용차 시장에 진출을 본격화하며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디자인에서부터 성능, 가격이 모두 현대차·기아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 제품과 겹쳐진다. 박리다매를 추구하던 판매 전략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민감하다. 특히 현대차·기아 1톤 트럭을 둘러싼 분위기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포터와 봉고 시리즈 등 1톤 트럭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B2B 시장이 먼저 위협받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포터2(9만2411대)와 기아 봉고III(6만4826대)는 각 브랜드에서 국내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꼽히고 있다.

BYD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 기업이다. 자국 내 소비가 크지만, 최근 수출 물량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들 선적 물량으로 르노코리아가 선복난을 겪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BYD는 승용 전기차뿐만 아니라 상용차에서도 강세다. 지난 2014년 제주에 친환경 전기버스 20대 공급하면서 국내 상용차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수 시장에서 BYD의 활약은 크지 않았지만 이번 1톤 트럭 T4K의 출시로 전망은 180도 달라진다.
BYD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제품 가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디자인 자체도 국산 화물차와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성능도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기아의 1톤 화물차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가격은 비싸게 달았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는 저렴한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추가 사양들로 상품성을 높이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실제 스펙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지만 기대를 빗나간 것도 사실이다. GS글로벌의 설명에 따르면 T4K는 82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장 246km(환경부 인증)를 달릴 수 있다. 겨울철인 저온 주행 가능 거리는 209km를 달성했는데, 이는 국산 1톤 화물 트럭보다는 대략 10% 정도가 더 늘어난 거리로 볼 수 있다.

수요는 충분히 있을 거라는 기대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시장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그동안 국내 1톤 트럭 시장이 독점적이었다는 점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선택의 다양성과 조금 더 나은 사양을 제공하면서 시장 파이를 나눠 가지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지 소형급 화물차의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점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현대차·기아에 의해 경쟁에 도태되기도 하며 규모의 경제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유통 업계를 대표하는 택배에서 화물차는 지난해 말 기준 4만8000여대에 달한다. 이중 경유차가 98.7%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환경부 전기 화물차 보급 사업으로 수입 전기 화물차의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환경부 정책 추진 방안에 따라 현대차·기아가 내년부터 경유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경유 차량이 차지하던 부분을 LPG 차량이 대신할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일정 부분 전기차가 그 영역을 대신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이와 겹쳐지는 것이 국내 물류 산업계의 친환경 행보다. 최근 택배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보유하고 있는 화물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산 저가 화물차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GS글로벌은 T4K 초기 물량으로 500대 정도를 확보했고 올해 판매 목표로 3000대를 잡았다. 1톤 트럭의 특징상 소상공인들이 주요 타깃이 되기에 B2B 판매 못지않게 B2C 판매에도 신경을 쓴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판매를 맡은 GS글로벌은 국내 시장 판매 노하우를 갖고 있다. B2B에서는 이미 GS글로벌이 판로를 개척해 뒀으니 일정 물량을 확보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목표 물량은 B2C 시장에서 다루게 된다. 이을 위해 BYD는 T4K 판매에 T맵,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를 끌어들였다. 티맵은 차내 12.8인치 타블렛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되며 전기 화물차에 최적화된 기능들로 채워졌다. 인프라 시장도 연계될 수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 네트워크망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앱에서 T4K의 판매망을 이미 구축했다. 지역별로 다른 보조금 계산을 알기 쉽게 처리해 보여주며, 딜러사들에게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여러 가지 혜택 등이 포함된 홍보 이벤트 등도 카카오앱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서비스는 GS글로벌의 관리 하에 지역별 판매사가 담당한다. 서울, 오산, 부산, 대구 등 주요 거점에 전용 정비소를 포함한 3S(세일즈, 서비스, 스페어 파트를 모두 담당) 사업장을 구축 중이다. GS글로벌에서 운영 중인 GS오토오아시스, 자일자동차 등의 협력정비소를 통해서도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대형 법인의 경우는 순회정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