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조직문화 꽃 피우기 위한 그룹 핵심가치로 제시
그룹 전체 직원 가운데 MZ세대 비율이 절반 넘어
존중 받으며 성장해온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도 결국 소통부재서 비롯돼
그룹 전체 직원 가운데 MZ세대 비율이 절반 넘어
존중 받으며 성장해온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도 결국 소통부재서 비롯돼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그룹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HD현대 리더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MZ세대가 대한민국 경제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결과를 정 사장이 직접 나서 알리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월 10일 경기도 판고 HD현대 GRC에서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탑팀(Top Team) 워크숍‘에서 연설을 통해 HD현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제1의 덕목으로 ’존중‘을 제시했다.
정 사장은 “과거 현대정신에는 없었지만 새로 추가된 항목이 ‘존중’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핵심가치이기도 하다”면서, “존중이 추가된 배경은 최근 조직의 인력 구성 변화와 구성원들의 다양한 성향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 그룹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MZ세대는 앞선 세대와 (살아온) 청소년기가 다르다”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풍족한 여건 속에서 외동 혹은 한 명의 형제를 두며, 개개인이 가정 내에서 대단히 존중을 받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이런 청소년기를 보내온 MZ세대에게는 ‘까라면 까라’ 식의 상명하달식 지시는 먹히지 않으니, 개개인을 존중하면서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우리 그룹은 소통의 부재로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를 본 원인 중 하나도 리더와 구성원간 소통 부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공정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데 보고도 못하고, 현장에는 실행이 불가능한 작업 지시가 계속 나가던 총체적 난국이었다. 선행의장과 도장이 덜 된 상태에서 블록에 얹히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현장의 비효율은 점점 더 커졌다.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상태에서 리더 혼자 혁신하고 도전하려고 하면 어떤 실수를 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존중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리더가 혁신하고 도전하려고 하면 방향을 잘못 잡고 이렇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MZ세대가 진심으로 일하고자 하는 HD현대그룹 조직문화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그룹은 2000년대 취준생들 너도나도 오고 싶어하던 ‘로망’과 같은 회사였다. 정년까지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2010년대 조선업계 위기를 겪으며 철밥통 이미지가 부서졌다. 이제 다시 젊은 인재들이 이탈하지 않는 회사, 취준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MZ세대는 자신의 행동에 가치를 부여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비단 요즘 세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며, “왜 열심히 해야하는 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조직의 추진력이 생긴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잘나잘’(‘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의 어록)도 그런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고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를 방문했을 때, 청소부에게 여기서 당신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청소부는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다”라고 답했다.
정 사장은 “자기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일에 몰입하게 하고 취준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D현대그룹의 그룹의 DNA이자 현대정신(ᄎᆞᆼ조적 예시,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을 계승하고, 미래 50년을 위한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가치로 내재화 돼야하며, 다시 정립한 핵심가치는 ‘세상을 이끄는 혁신’과 ‘두려움 없는 도전’, 그리고 앞서 언급한 ‘서로에 대한 존중’, ‘모두를 위한 안전’이다.
정 사장은 “바람직한 리더란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구성원들이 혁신하고 도전하며 스스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한다”면서, “조직이, 직원들이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경청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더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