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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건축이야기(11)] 철구조물의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에 아낌없는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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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건축이야기(11)] 철구조물의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에 아낌없는 찬사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 건설 과정에서 관중의 함성 때문에 건축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빗발쳤다. 하지만 완공 후에는 과도한 우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스타디움은 G2로 올라선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건설 비용은 약 5500억 원에 달했다.

이 스타디움은 '새 둥지(냐오챠오)'라는 별칭으로 중국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설계 당선작은 중국 전통 도기를 닮은 내부 관람석과 새 둥지를 형상화한 외관으로 구성되었다. 철강재 4만5000톤을 사용했음에도 붕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개된 자료에는 철강인들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 건설 당시 붕괴 우려가 컸다. 건물 자체를 구성하는 철골빔의 무게와 비스듬한 형태가 문제였다. 특히 개막식 때 관중의 함성이 공기역학적 공명을 일으켜 건축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1940년 미국 워싱턴 주에 설치된 현수교 '타코마 브리지'가 바람에 의해 붕괴된 사례와 비슷하다고 학술적으로 분석된 자료가 제시되었다.

'모이셰프'는 현수교 케이블의 인장력으로 구조물 위를 이동하는 활하중을 유지한다는 '처짐이론’을 적용했다. 이 이론은 현수교의 강성을 낮추면 다리 자체의 자중이 감소하여 경제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이론으로 만든 '타코마 브리지'는 개통 7개월 만에 바람에 의해 붕괴됐다.

유체진동으로 붕괴된 타코마 다리


바람은 '타코마 브리지' 구조물 표면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다리가 공전하고 커다란 진공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워싱턴 대학의 파퀴하슨 교수가 16밀리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으로 남아있다.

당시 '타코마 브리지'에 불어온 바람은 초속 19m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H형 다리 상판이 30도 가까이 비틀어지고 결국 다리 전체가 추락했다.

타코마의 붕괴 이후로 현수교를 건설할 때는 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날개 모양을 하거나 트러스 형태로 만들었다. 일본의 아카시대교나 국내 동호대교 등은 트러스 형태를 취하고 있어 초속 80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

캐나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브리지’나 미국 ‘골든게이트 브리지’ 등도 현수교이지만 유독 ‘타코마 브리지’만 무너진 것은 대각선으로 매단 케이블 때문이 아니라 다리의 휨 진동을 억제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컴퓨터 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유체공학이나 재료공학, 진동학 등 기계역학의 기본적인 문제점들을 잘 분석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타코마 브리지 붕괴는 공학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으며, 현수교 설계와 건설에 있어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였다.

철로 엮은 거대한 구조물


아무튼 관중의 함성 소리 때문에 붕괴 위험이 있다고 했던 베이징 스타디움은 아무 일 없이 올림픽을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은 세계 10대 건축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이 세계 10대 건축물로 지정된 것은 설계자와 시공자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건축물에서 내 뿜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니오챠오’는 철강 기업에서 생산해낸 철강재를 가장 많이 적용한 건축물이다.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철로 엮은 거대한 구조물’이다.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동서의 너비가 280m, 남북 길이가 333m나 되는 중국 최대의 경기장은 온통 철강재로 둘러 쌓여있다.

설계는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Herzog)와 ‘드메롱’(De Meuron)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경기장은 철구조로 이루어진 지지대와 계단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축대를 이루는 외형과 주경기장이 마치 나무와 그 뿌리의 연결처럼 하나로 합쳐진 형태이다. 엄청난 열정을 쏟아 내지 않고서는 무거운 철강 구조물의 용접을 이처럼 꼼꼼하게 해낼 수 없을 것이란 느낌이 들게 한다.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

‘냐오챠오’의 공사 과정 사진을 보면 격자 형태로 된 철구조물을 기술자들이 일일이 용접하고 있다. ‘냐오챠오’는 경간과 높이, 길이를 모두 격자모양의 철구조물로 구성했다. 이것들을 각각의 다른 철골 가지들과 단단하게 용접한 형태이다.

따라서 구조물을 설계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시공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건설시공자들은 철골재의 뒤틀림과 휘는 특성을 방지하기 위해 ‘철의 용접 접합 기술’을 선택 한 것이다. 볼트로 조이는 방식은 일절 배제한 구조물이다.

‘냐오챠오’의 구조물은 자국에서 생산된 최신 철강재를 채용했다. Q460 빔을 말한다. 기존 제품들은 용접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 개발한 것이다. Q460은 ‘허난우양(河南舞陽)강철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신제품 Q460은 저합금, 고강도 소재이며, 진동방지와 항온 효과에 뛰어나고 매우 강력한 용접성을 갖췄다고 한다. 이 신강종을 투입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건설에서는 두꺼운 철강재를 용접할 수 있는 신기록도 세웠다고 한다.

이제까지의 용접 최대 두께(국제 표준)는 100mm였으나 Q460은 110mm 두께에서도 용접이 가능하도록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포스코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 시설물에 GI-Ace, Pos-H, PosMAC, ALZASTA 등 자사 신제품을 선보였던 일과 서로 닮은 점이 발견된다.

굽힘 비틀림 고강도 용접으로 마무리


아무튼 ‘냐오챠오’의 특징은 강구조 70% 이상이 일체형 용접의 양방향 비틀림 구조여서 후판을 채택했다는 점이며, 비대칭의 철골구조들을 세우다 보니 강구조 내부에 대량의 보강판을 덧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냐오차오’ 지붕과 벽면의 강구조에는 2000여 개의 박스형 ‘굽힘-비틀림 철근 부재’가 연결됐는데, 강판의 강도가 높고 두께 변화가 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길림대학교 무금형 성형(dieless forming) 기술센터를 통해 해결했다고 한다.

‘냐오챠오’의 철구조물은 무작정 엉킨 격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엄격한 설계와 시공기술이 숨어 있다. 24개의 트러스 기둥 골조들이 모두 지붕의 오픈 부위와 접선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부가적인 거더들로 나누어서 연결하여 큰 틀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냐오챠오’는 그냥 철구조물을 이어 붙인 대부분의 구조물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용접 방법은 격자망 구조물과 지붕의 개별 부재들을 매우 단단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 구조의 외관에 쓰인 모든 부자재들도 모두 다른 규격과 방식으로 이어 붙임으로써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이 ‘냐오챠오’의 훌륭한 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밖에 건축가들이 ‘냐오챠오’를 훌륭한 철구조물로 인정하는 장점은 단시간 안에 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재의 수급을 위해 미리부터 철강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철저히 배려했다는 점이다.

‘냐오챠오’에는 새로운 패널도 등장했다. 지붕에 씌운 투명한 ETFE 패널은 강도가 매우 강하다. 패널 한 장의 강도는 자동차가 올라가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력을 가졌다고 한다.

모든 구조 겉으로 드러낸 디자인 철학


만약 ‘냐오챠오’를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 건설했다면 단기간에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결국 ‘냐오챠오’는 투입된 비용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단 52개월 만에 설계와 시공을 마쳤다는 점에서 중국의 철강재 생산 기술력과 시공능력 등을 아우른 ‘차이나의 파워’를 전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

“관중들의 함성에 의해 건물 구조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어느 철구조물 전문가의 우려는 허공에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은 매스컴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건축물. 보는 이를 압도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냐오챠’는 “모든 구조를 겉으로 드러내는 디자인 철학을 나타내려 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역시 “로마의 콜로세움 이래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며 독특한 경기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전 세계의 도시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철구조 건축물은 거의 하나 이상 존재한다. 파리의 에펠탑,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듀바이의 브루즈할리파, 국내의 롯데월드타워, 그리고 이제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스타디움도 새로운 철구조의 랜드마크로 세계인들에게 각인 될 만하다.

철강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