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근 12만7000m 투입…아파트 7500가구 짓는 분량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 바움게르트너(드레스텐 주정부 재무담당)씨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영종대교 위를 승용차로 지나가면서 차창 밖으로 마주 보이는 인천대교의 위용에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기술로 완성한 것이냐?”고 묻더니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그가 탄 차량은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데 불과 20여분 동안 여러 개의 다리를 만나게 했다. 그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인들은 참 대단하다, 이렇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내가 즐거운데 한국인 본인들은 얼마나 좋겠느냐”는 칭찬이다. 그의 감탄사는 서울로 진입하는 내내 수차례 나왔다.
다리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시작됐다. 가장 오래된 다리를 실물로 남긴 것은 로마인이다. 로마제국은 이탈리아와 남프랑스를 거쳐 스페인까지 거대한 구조물을 가설했다. 기원전 1세기에 놓은 ‘모레’(돌다리의 일부)는 아직도 현존한다. 중국에도 대리석으로 만든 아치형태의 ‘노구교’가 있다. 일본에는 ‘쿠레하시’(吳橋)가 유명하다. 일본 역사서 ‘서기’에는 백제 귀화인 路子工이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철의 시대가 되면서, 강을 끼고 있는 세계 유명도시에는 의례 명물 다리가 얼굴을 내민다. 척 보아도 철강재로 만든 다리들이다.
런던의 ‘타워 브리지’
뉴욕의 ‘브루클린 브리지’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
로테르담의 ‘에라스므스 브리지’ 등은 각 나라를 상징한다. 400년 넘은 베네치아의 ‘리아르트 브리지’와 스위스 티상강 계곡에 매달린 2중 아치교는 로마시대 건설된 전설적인 다리들이다.
세계 최초로 공중에 매달린 곤돌라를 이용해 짐과 사람이 다닐 수 있었던 다리는 스페인의 ‘비스카야 대교’(Vizcaya Brdige)이다. 1893년에 완공된 이 다리는 높이 45m, 길이 160m이며 강철 밧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산업 혁명시대를 대표한 철강 건축물로 유명하다. 케이블과 강봉(鋼棒)이 개발되면서 르네상스를 맞은 교량기술은 바다와 육지를 잇게 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독일의 ‘트니교’ 등은 모두 강봉과 케이블이 개발된 이후에 건설된 것이다.
사장교에 늘어뜨린 강철케이블의 꼬는 기법을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다리 기술자 ‘존 A 뢰블링’이다. 미국의 사장교 대부분은 그의 기법을 따랐다. 21세기의 최첨단 공법으로 만들어진 다리는 섬과 육지를 이으면서 문화도 함께 공유했다. 반면에 106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을 노출시킨 영종대교는 인천대교와 함께 세계적인 건설전문지가 격찬한 다리들이다.
영종대교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먼저 한국인의 토목기술을 널리 알리는 얼굴 마담 역할을 한다. 2000년 11월 20일에 완공된 영종대교는 총 길이 4,420m, 교량너비는 41m, 주탑 높이 107m의 대형 다리이다. 교각 수는 49개이며, 사장교 부분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어 바람이 부는 날에는 아래층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리의 소재는 고장력 중후판과 H빔, API 강관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영종대교가 없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통통거리는 작은 선박에 빼곡히 올라 바닷길을 1시간여나 헤쳐가야 을왕리, 무의도 등의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영종대교로 30여분이면 다녀갈 수 있다. 스카이72 골프장도 이곳에 있어 많은 골프애호가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 다리는 약 8,130억 원이 투입되었고, 3부문으로 건설된 복합교량이다. 현수교 550m, 트러스교 2,250m, 강상형교 1,620m이다. 현수교에 사용된 케이블은 지름 5.1mm짜리 와이어 6,720가닥을 겹쳐 만들었다. 총중량은 1,300톤이다.
2009년 10월 세간의 기대와 주목을 받으며 개통된 인천대교는 시공 당시부터 현장 구석구석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 시켰다. 2조4566억 원의 사업비(민자 8,231억원, 국고 1조6335억 원)가 투입된 인천대교는 해상교량 부분이 12.34㎞이며, 왕복 6차선이다. 교량의 모든 관리시스템은 첨단화 되어있다. 무인으로 원격 제어하는 곳은 인천대교가 유일하다.
인천대교의 총길이는 21.38㎞이다. 왕복하면 마라톤 거리가 나온다. 인천대교 상판 구조물은 1,400m이다. 건설전문지 ‘컨스트럭션 뉴스'가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설'로 선정할 만큼의 큰 규모이다. 투입된 장비와 작업인원도 천문학적이었다. 52개월의 공사기간동안 동원된 평균 연인원은 96만 여 명이다. 장비동원도 엄청났다. 대형 크레인 2만6220대, 바지선 5만1500여척 등 약 9만8000대의 각종 장비들이 동원됐다.
인천대교에는 철근 12만7000m가 투입됐다. 아파트 7,500가구를 짓는 분량이다. 인천대교의 주경간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800m(세계 5위. 세계 1위는 상하이의 1,088m의 수통대교)이다. 뱃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교각수를 대폭 줄인 결과이다. 현수교에 쓰인 케이블에는 직경 7mm 철선이 301개나 들어있다. 이 철선을 합치면 5만2948㎞에 이른다. 인천항 뱃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곡선으로 만들어진 것도 인천대교가 유일하다. 주탑 밑에는 동그란 충돌 방지공을 설치했다. 300m 크기의 대형화물선이 들이받아도 끄떡없게 했다. 다리 아래쪽에는 슈(shoe)부분을 만들어 최대 2m쯤 오르내릴 수 있는 신발을 신겼다.
첨단 공법으로 만든 다리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재해를 방지하는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는 치밀한 관리로 유명하다. 이 다리에는 나트륨 전등과 수소전등을 설치하여 일몰, 일출, 안개가 필 때 통행인들에게 등불 역할을 하게 한다. 비행기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비어컨 라이트’(Beacon Light) 2개가 타워 위에 설치되어 있다. 항해중인 배를 위한 ‘비어컨 라이트’ 1개가 별도로 다리 중간에 있다. ‘비어컨 라이트’는 360도 방향으로 회전하여 어느 곳에서든지 선박 파일럿이 위치를 알 수 있게 했다.
또 안개 낀 날에는 전기로 자동 작동되는 나팔을 불어 댄다. ‘타이폰스’(Typhones)라는 나팔 두 개는 남쪽 타워 물 바로 위에 있고, ‘디어폰스’(Diaphones)라는 또 다른 두 개의 나팔이 다리 정중앙에 설치되어 배가 들어오고 나감을 알려준다. 금문교 다리 위를 지나는 차량 관리도 철저하다. 다리 중간에서 차량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떨어지거나, 사고가 날 경우에는 금문교 자체의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파견되고 즉각 견인할 수 있는 비상 대책이 마련돼 있다.
고장난 차량을 견인하거나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일은 무료이고 연료가 떨어진 차량에는 싼 가격으로 기름을 넣어주기도 한다. 또 인화성물질을 실은 트럭이 다리 위를 통과할 때에는 소방차가 이 트럭을 경호한다. 길 잃은 개나 고양이도 치워내고, 도로 위의 방해물들을 즉각 치워내는 시스템이 연중무휴로 가동된다. 최첨단의 철강구조물들은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부단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서 보전되는 모습이다.
첨단 교량에 적용된 철강의 효용성을 눈여겨보면 ‘철강 산업의 1년은 제조 산업의 10년’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새로운 철강재의 개발이 첨단 교량 가설에 핵심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연관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끈다는 말이다. 인천대교와 같은 교각들이 한국산 철강재로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철강인들의 마음은 항상 앞서가는 느낌이다. 세계 구석구석에 설치되는 다리들이 새로움을 잇듯이 한국인들이 생산한 철강제품이 쓰이는 곳은 늘 새로움을 선사하는 핵심골격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