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韓 태양광 "미국서는 날지만, 정작 국내는 힘 못쓰고 있다"

공유
1

韓 태양광 "미국서는 날지만, 정작 국내는 힘 못쓰고 있다"

한화솔루션, IRA 세제혜택 효과 229억원 영업이익에 반영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도 점유율 5년 연속 1위 달성
국내 태양광 산업은 해외 자본들 투자 잇따라...자국 경쟁력 악화
경쟁력 강화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등 뒷받침 돼야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 사진=한화큐셀이미지 확대보기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 사진=한화큐셀
국내 태양광 산업이 미국에서는 비상의 날개를 단 반면, 국내에서는 중국업체에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주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에 접어 들었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 등 해외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폴리실리콘, 잉곳 등 주요 태양광 재료 등에 대한 수입이 증가하며 고전하고 있다.

미국 내 태양광 산업 韓 기업 수혜 확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는 IRA상 미국 콘텐츠 보너스 규정을 발표하며 추가 세액공제 지침을 공개했다. 청정에너지 시설 건립 시 제공하는 30% 세액공제와 관련해 추가로 최대 10%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태양광 시설에 쓰이는 모듈이나 인버터 등 부품이 40% 이상 미국산이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세부규정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미 정부가 중국산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산 제품을 사용해도 미국산 40% 조건을 충족하기만 한다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내년부터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 허브 가동 계획을 추진 중인 한화솔루션에 수혜가 예상된다.

이 세제 혜택은 앞서 IRA에 따라 수혜를 받고 있는 AMPC(첨단제조세액공제)와는 별개로 적용된다. 즉 올해부터 시행한 IRA에 따라 W(와트)당 모듈 7센트, 셀 4센트, 잉곳·웨이퍼 4.69센트의 세금 감면 혜택에 10% 혜택이 추가, 총 40%의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한화솔루션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229억원 상당의 IRA 관련 세제공제 금액을 반영했다.

또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주택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 33.7%의 점유율로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33.7%의 점유율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한화큐셀은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도 17.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구영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해외 주요 태양광 경쟁업체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한화큐셀이 주요 시장에서 가장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은 것은 뛰어난 품질과 높은 브랜드 가치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 광산구 양동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광주 광산구 양동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모습. 사진=뉴시스

해외 자본 진출 잦아지는 국내 태양광..."정부 지원 뒷받침 돼야"

정작 국내 태양광 산업에서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선 국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는 해외 거대 자본이 늘어나고 있다. 블랙록, 맥쿼리, 에퀴스, 케펠 자산운용 등 해외 수백조원대 사모펀드 자금이 직접 개발 및 개발회사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유입되고 있다. 중국계 기업인 레나도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 태양광 산업이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미국, 유럽의 태양광 산업은 다 성장한 상황으로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태양광 산업이 발전·성장하는 시장이고 국내 기업들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통해 태양광 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등 니즈는 충분하다"고 했다.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폴리실리콘, 잉곳 등 주요 소재 및 중간재 분야에서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의 수입은 5억985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5% 늘었다. 반면 수출은 전년 대비 32.2% 감소한 7140만달러를 기록했다. 태양광 중간재인 셀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18.2% 증가한 3억6370만달러, 수출액은 92.9% 줄어든 285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은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에서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각각 88.2%, 97.2%, 85.9%, 78.7%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태양광 제조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내 지배력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한화솔루션 등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즉 태양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이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세계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 기업은 선전하고 있다. 결국, 태양광 산업, 즉 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과 금융, 두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21년 기준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4.4GW(기가와트)였지만, 2022년 3.0GW로 약 40%가 줄었고 태양광 설비가 줄어든 것은 UN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태양광 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해 나간다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수출 효자 종목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 가지는 관심의 반 정도만 가지고 키워나간다면 5~6년 안에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