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행한 '대중국 수출 부진과 수출 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018년 26.8%에서 지난해 22.8%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19.5%까지 내려갔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줄고 중국 외 수출 시장이 확대된 대표 업종으로는 정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등이 꼽혔다.
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해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탈중국화는 수출은 물론 수입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거점 다변화 전략이 다 이를 위함이다.
그럼에도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있어 중국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는 중국이 앞서 한국의 교역대상국 중 압도적인 1위 국가였던 것은 물론 2010년대 들어서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 시장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했고 대중국 수출 규모도 2000억달러대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정유·석유화학 업계 수출에서 중국은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이날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정유제품(MTI 133)의 중국 수출액은 13억8700만달러(1조8137억원)를 기록했다. 순위는 4위였다. 1~3위는 각각 호주(29억9000만달러, 약 3조9100억원), 미국(21억2300만달러, 약 2조8000억원), 싱가포르(19억1200만달러, 약 2조5000억원)였다.
특히 정유 제품에 대한 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규모 면에서는 약 2억달러가 줄었지만, 순위는 6위에서 2단계 오른 4위에 올랐다. 호주, 미국을 제외하고 수출이 모두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수출 감소 폭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유 제품 수출에서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부진할 때를 제외하고는 부동의 1위 수출국이었다. 수출 규모 면에서는 2위 국가와 차이가 크게 날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다. 실제 2021년 연간 기준 중국 수출액은 68억4200만달러(8조9459억원)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는 미국(47억4500만달러, 약 6조2040억원)으로 약 20억달러가 넘게 차이가 났다. 이와 관련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과거에도 지금도 중요한 수출 국가 중 하나"라며 "지난해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연초 들어 조금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유 제품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서도 부동의 1위였다. 지난해에는 전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인 543억1600만달러(71조670억원) 중 중국 비중은 207억달러(27조838억원)로 38%였다. 2위에 오른 미국(44억6900만달러, 약 5조9000억원)과 비교해서는 5배가 넘는 규모다.
정유·석유화학 업체가 중국 리오프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정유 또는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달라지고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리오프닝에 다른 수요회복은 현재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무역수지(한 나라가 상품을 팔아 번 돈과 외국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쓴 돈의 차이)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가 전년 대비 18.4%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시장 전망치인 20%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미약하다"고 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산업활동 증가와 소비확대 등을 기대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