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 조각품’을 올려다보면 묵직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윽한 눈빛과 살짝 튀어나온 광대뼈, 두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색 보석을 박은 망토는 마리아상과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여인상은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의 모습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조각품은 미국에서 가장 긴 강의 절벽 꼭대기에서 은은하게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강을 내려다보며 이 땅을 보호하는 여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약 15m(50피트) 높이에 달하는 철 조각품의 이름은 '땅과 하늘의 존엄성'(흔히 '존엄'이라고 줄여 부른다)이다. 작가는 데일 램피어. 그는 자신의 고향인 아메리카 원주민 커뮤니티에 경의를 표하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원주민 여인의 스틸 조각상을 연출했다고 한다.
그 옛날 원주민 여인들은 이 땅을 비옥한 옥토로 만든 주인공이란 설명을 듣고 나면 언뜻 느껴졌던 강인한 모성애가 느닷없이 첫인상에 포개진다.
12톤에 달하는 이 조형물은 약 10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으로 제작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이 3D 퍼즐이라고 말한다. 금속의 뚫린 구멍을 통해 LED 조명이 발산되고, 128개의 다이아몬드 조각은 ‘별 퀼트’를 감싸고 있다. 일부 다이아몬드는 물과 하늘빛과 같은 푸른 계통의 색상이다.
이 조각품은 14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 조각상을 TIG 용접으로 형성했다. 현재 총 70개가 넘는 대형 공공 조형물을 제작한 램피어의 작품은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그니티는 규모와 범위가 방대하지만, 램피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확장했다.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는 2019년에 설치된 그의 ‘꿈의 아크’ 조형물이 빅수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약 45m(150피트) 길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초승달 두 개가 강을 가로질러 물 위로 거의 닿을 듯이 뻗어 있지만 4.5m(15피트) 길이의 간격으로 분리되어 있다.
2021년에는 사우스다코타주 스피어피시에 위치한 블랙힐스 주립대학교에 6m(20피트) 높이의 조형물인 '더 하이브'를 공개했다. 이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은 이 대학의 마스코트인 옐로 재킷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재킷 벌집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지난봄에는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 있는 세인트 프란시스 병원-인터퀘스트에 7.3m(24피트), 4톤의 '세인트 클레어' 동상이 설치되었다. 병원 측은 이 조각상에 대해 "'성 클레어'는 병원 동쪽 정문에서 환자, 방문객, 간병인을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에는 비바람에 견디는 구조물 내부에서 LED 조명이 흘러나오면서 빛을 발한다. 그리고 '성 클레어'의 빛은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작업하기에 정말 훌륭한 소재이며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작가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조각품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