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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52)] 친환경 보조금은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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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52)] 친환경 보조금은 ‘신의 한 수?’

인도의 대표적인 철강 기업 타타스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의 대표적인 철강 기업 타타스틸. 사진=로이터
영국 정부는 포트 탈보트에 있는 최대 철강 공장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5억파운드(약 823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막대한 자금이 지원되더라도 고로설비에 종사해왔던 약 3000개의 일자리는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영국 정부의 철강산업 지원자금 결정은 구식 철강 설비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퇴출과 겹쳐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같은 처지의 글로벌 고로 메이커들은 포트 탈봇 제철소의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 규모와 설비전환 선택, 그리고 잉여 인력의 퇴출 문제의 처리에 첨예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와 타타그룹간의 합의는 오랫동안 진행됐다. 문제의 핵심은 영국 정부와 타타그룹의 계약 조건에 따라, 타타스틸이 공언했던 7억파운드(약 1조1,540억원)의 자금 투자가 이뤄질 경우 정부지원을 받아드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궁극적으로 이 계약은 영국 최대 규모인 포트 탈봇 제철소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포트 탈보트의 고로 2개가 폐쇄될 경우 3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는 잃게 될 운명이다. 포트 탈보트의 근무자는 타타스틸 전체 인력 8,000명의 절반에 해당된다. 이 근로자들은 영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전원이 실직될 운명에 처해있다.
타타는 작년, 전기 아크로 설비 전환을 선언했다. 그리고 영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영국 사업장들을 폐쇄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영국 정부는 타타스틸에 5억파운드를 제시했지만 이 규모는 타타가 원했던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주요 철강노조들은 고로 폐쇄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어떠한 감원도 거부할 것이라고 강력이 대응했다. 지역사회 노조연합의 책임자인 알룬 데이비스는 영국 철강공장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완전하고 의미 있는 설비로 전환 할 것을 협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타스틸은 재정적으로 제약된 영국 사업의 입장을 고려할 때, 어떤 중대한 변화도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대못을 박았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공장 폐쇄를 불사하겠다는 엄포였다.

불과 두 달 전, 영국정부는 2021년에 공식화했던 산업 전략을 포기하고 서머셋에 40억파운드(약 6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신축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 타타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 타타모터스에 5억파운드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타타스틸과 마지막 협상카드였다.

장관들은 이와는 별도로, 영국 북부에 위치한 신규 전기 아크로에 대한 수억 파운드 상당의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고, 또 다른 대형 '영국 철강'사와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문제는 일자리이다. 전통적인 고로설비에 일하고 있는 근로자로서는 생업을 잃을 수 있는 절박한 처지여서 영국 정부는 고통스런 결정을 내려야만 될 처지이다.

사실 영국 철강업계는 종사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1970년대 전성기에 3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3만9800명으로 추산되는 소수의 인력만이 종사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철강 산업은 수입 철강재와의 극심한 경쟁뿐만 아니라 탈탄소화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친환경 보조금은 철강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타타스틸과의 협상이 과연 영국 철강 산업을 다시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교착상태에 빠질 것인지 전 세계 철강기업들이 귀를 세우고 있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