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기업으로 시작한 사피온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전문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X330을 출시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차량용 파생제품 X340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 출시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마이클 쉐바노우 전 엔비디아 엔지니어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는 등 사피온은 향후 제품에서 최신 공정을 적용해 사업 분야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은 설립 1년 반 만에 국내를 대표하는 AI 반도체 팹리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류수정 사피온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발표를 통해 “사피온이 회사 창설 1년 반 만에 국내 AI반도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연산 성능 구축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직원 규모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 2022년 43명의 직원으로 설립된 사피온은 직원 수가 2배 넘게 늘어 100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실증사업과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국내외적으로 AI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피온은 그동안 다양한 국내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사업 분야를 넓혀 왔다. 사피온이 제품을 공급한 내역을 살펴보면 △NHN클라우드 △SK텔레콤 등과 협력해 신경망처리장치(NPU) 팜을 구축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MBC와 SK브로드밴드, 대원방송 등 방송업계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방송업계는 AI반도체를 바탕으로 낮은 화질을 고화질로 바꾸는 작업 등 다양한 작업에 AI반도체를 적용해왔다. 이외에도 △하나금융 TI △SK하이닉스 △SK쉴더스 등 금융과 보안, 로봇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AI반도체의 사용 분야가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AI시장의 높은 성장률은 사피온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AI용 데이터센터 규모는 지난해 160만 대에서 2027년이 되면 4배 넘게 증가하게 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이 무려 31%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 생성형 AI 소프트웨어(SW) 시장도 2027년까지 CAGR이 8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피온은 고성능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마이클 쉐바노우를 CTO로 영입했다. 쉐바노우 CTO는 엔비디아와 AMD, 삼성전자 등을 거친 개발 전문가다. 그는 새롭게 공개한 X330이 “전력 효율 면에서 동종 업계 제품을 능가한다”면서 “내부 분석에 따르면, 동급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전력 효율이 최대 1.9배 좋다”고 신제품의 제품 성능을 자신하기도 했다.
사피온은 X330에 이어 내년 X340의 이름으로 차량용 AI반도체를 출시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쉐바노우 CTO는 “범용 프로세서에 집중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추론용 모델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새롭게 발표한 X330은 7nm 기반에서 제품을 개발했지만 차기작인 X430과 X530은 최신 공정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성능의 최신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의 본격적인 매출 시기에 대해서 류 CEO는 “X330의 매출은 이르면 연말부터 발생하게 될 것 같다”면서 “NPU의 사용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피온은 AI프로세서로 열어가는 새로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최고의 AI프로세서 X330으로 혁신은 지속될 예정이고 X430, X530을 통해 새로운 기록을 써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