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까지 늘어난 전기차만으로도 충전 부담이 커졌고, 고가 제품인 전기차 소비층의 경제적인 부담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얼리 어답터 성향의 고객 수요가 마무리되고 대중화 갈림길에서 보이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EV 등 1년 반가량 소요됐던 예상 인도 기간이 아이오닉5 4주, 아이오닉6와 코나EV는 3주로 줄었다. 이는 소비자 수요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1만4091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한 수치다. 기아 EV6는 같은 기간 1만5438대가 판매됐고, 이는 지난해보다 27.6% 감소했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2.2% 감소한 2037대를 기록했다.
이런 양상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보인다.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 시세는 하반기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보합(-0.2%) 수준이던 중고 전기차 평균 하락률은 8월 -0.9%, 9월 -1.7%, 10월 -2.5%, 11월 -2.0%를 기록하며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때 신차 가격에 웃돈을 줘야 했던 모습과는 큰 차이다.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보이고 있다. 이에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높였던 기업들이 계획을 무효로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포드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철회가 대표적이다. 다만 양사의 협력관계는 기존과 같이 유지하고 있다.
충전 부담도 전기차 수요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충전 인프라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충전기 1기당 전기차는 세계 평균 10대이고 한국 2대 수준이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전기차 사용 여건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서울 도심같이 밀집 지역이 따로 있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의 전기차 성장 둔화를 추세적 전환이라기보다는 얼리 어답터 시장에서 대중화로 전환되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판단하고 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신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음 세대 전기차를 기다린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모델이 1세대 모델이고 이후 새로운 변화가 추가된 모델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큰 부품들이 사라지며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또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에너지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능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가 대중 시장에 파고드는 과도기로 짧게는 수개월, 길면 1년여 정도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일단 과도기를 거치고 인프라 확대와 전기차 보급 확대가 상호 작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다시 폭발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