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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강‧기획‧마케팅’ 다양성 커진 포스코 회장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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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강‧기획‧마케팅’ 다양성 커진 포스코 회장 후보들

김학동 부회장, 포항‧광양제철소 소장 모두 오른 유일한 포스코맨
정탁 부회장, ㈜대우 출신 ‘생산회사’ 포스코 ‘마케팅 회사’ 전환
전략 전문 최 회장과 경쟁 관계로, 또 다른 포스코 인사 나설 수도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포스코
다음달 진행하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포스코 인사들은 다양성이 커진 그룹의 모습대로 여러 부문에서 특화한 인사들이라 관심을 끈다.

즉, 포스코 성장을 주도했던 제철소에서 철강재 생산을 담당했던 ‘탄소강’ 출신과 포스코그룹의 외연 확대 등에 이바지한 ‘계획‧전략’ 철강재 출신, 제품 판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포스코를 생산회사에서 판매회사로 탈바꿈시킨 ‘마케팅’ 출신 인사들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면에서 포스코그룹 현 최고 경영진인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장 강력한 후보군을 형성한다.
3연임 도전 여부를 놓고 최종 결정을 앞둔 최 회장은 1983년에 포스코에 입사해 올해로 재임 40년을 맞는다. 포스코 감사실장,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상무 및 전무), 가치경영실장(부사장),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및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 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재임 기간 계열사로 이동한 것은 세 번이다. 2008년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상무)을 맡았고, 2014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 및 2015년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냈고, 2018년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정도경영실은 전문경영인 기업에서 주로 벌어질 수 있는 불법‧청탁 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한 조직으로 감사실의 업무와 유사하다. 가치경영실은 삼성이 운영했던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과 같은 성격의 조직이다. 이처럼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기획과 주력인 철강과 에너지, 이차전지 등 미래 신사업 등의 전략을 주로 맡았다. 포스코그룹 지배구조 변혁을 위해 논의한 여러 안 가운데 지주사 체제를 택한 것도 최 회장의 결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동 부회장은 포스코그룹 내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라 불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공채 입사‧탄소강 생산 부문 출신’이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오가며 제선부 부장, 품질기술부 부장, 선강담당 부소장 등 생산 현장의 요직을 거쳤으며, 제19대 포항제철소 소장(2015년)과 재12대 광양제철소 소장(2017년)을 지냈다. 포스코그룹 역사상 양대 제철소 소장에 오른 것은 김 부회장과 현대제철 사장을 지낸 후 최근 퇴임한 안동일 전 사장이 유일한데, 김 부회장은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 지주사 출범 후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는데, 포스코가 부회장제를 부활한 것은 30년 만이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공채‧탄소강 출신이 경영을 주도하는 ‘순혈주의’를 희석시키기 위해 자구 노력을 20년 10년이 넘도록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정준양 전 회장이 물러난 2014년 이후부터는 비 탄소강 생산 출신이 아닌 권오준 전 회장과 치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이차전지와 LNG(액화천연가스)를 필두로 한 에너지 등 비철강 사업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철강 부문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탄소강 출신이 더 이상 승진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의식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이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탄소강 출신 회장을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직 임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후보군에 이름이 나오고 있는 황은년 전 포스코인재창조원 원장도 탄소강 출신에 재직 중에도 차기 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이미지 확대보기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정탁 부회장은 ‘포스코 출신이 아니면서 포스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불린다. 그는 종합무역상사인 ㈜대우(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에서 철강 영업을 담당하며 포스코 철강재의 수출을 도맡았다. 포스코맨보다 포스코 철강재를 더 많이 판 사람이기도 하다. 2010년 회사가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뒤 그는 당시의 경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2012년에는 인수 계열사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포스코 본사로 이동, 해외마케팅실장을 맡았다. 2년 뒤에는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에 이어 2015년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에는 포스코의 핵심사업으로 불리는 철강사업실장을 맡았다가 2019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이어 2022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대우맨’ 출신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됐다.

올해는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친정’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돌아오면서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이를 두고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과거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건설 회장으로 갔다가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고 최 회장이 회장 선출 직전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가 있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 정 부회장은 포스코맨이 된 뒤 다양한 제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포스코그룹에 마케팅의 중요성을 확산시켰고, 내수·수출 유통망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또 다른 강점 중인 에너지 개발 노하우를 극대화하기 위해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해 회사의 규모를 키워낸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다른 사주 기업에 비해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한 CEO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가능성이 보이는 임원들을 길러내 왔다”라면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이들 3명 이외에도 또 다른 포스코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