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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 ‘제미나이’ 출범, 제조업 패권 동남아 이전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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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 ‘제미나이’ 출범, 제조업 패권 동남아 이전 신호탄

내년 2월 출범, 허브항에 부산‧홍콩, 일본, 대만 등 제외
말레이시아 탄중 팔레파스 지정, 향후 성장 가능성 인식
美 바이든 행정부 中 겨냥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따른 결과

지난 4월 5일 개장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 신항 7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월 5일 개장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 신항 7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해운동맹 ‘제미나이 협력(Gemini-Cooperation, 이하 제미나이)’가 글로벌 제조·생산 중추였던 ‘한·중·일·대만’ 등 동북아시아 4국 시대가 저무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항 패싱’이라는 좁은 결과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선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출범하는 제미나이는 기존 해운동맹 회원사들이 전 세계 모든 항구에 기항하던 것과 달리 자신들이 정한 국제 허브항(Hub-and-Spoke) 위주로만 기항할 예정이다. 직접 관리하는 해상운송 네트워크는 축소되지만, 허브항과 조인트셔틀(Joint-shuttle)항 및 피더(Feeder)항을 연동함으로써 출발·종점 항은 축소하되 중간 허브항은 확대해 줄어든 네트워크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이에 제미나이가 밝힌 아시아 지역 허브항은 컨테이너 화물 처리 실적(2022년 알파라이너 집계 기준) 세계 1위인 중국 상하이 양산항(4728만TEU,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3위 닝보-저우항(3369만TEU), 2위 싱가포르항(3729만TEU)과 15위 말레이시아 탄중 팔레파스항(1051만TEU)으로 국한하고, 7위 부산항(2028만TEU)과 9위 홍콩항(1669만TEU), 18위 대만 가오슝항(949만TEU)과 일본·베트남에서는 피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취항 항구 수를 줄임으로써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한 정시성(punctuality)을 90% 수준으로 향상하고, 두 해운사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운송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충성고객(화주)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허브항 명단에 탄중 팔레파스항이 포함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머스크는 최근 홍콩 LF 로지스틱스(LF Logistics)를 4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탄중 팔레파스항의 지분을 취득했다. 다른 허브항은 현재도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정한 것과 달리 탄중 팔레파스항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결정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해운사들이 동남아를 향후 전략시장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전 세계 제품 생산 허브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도·태국 등이 속한 동남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대만, 일본에 허브항을 둘 필요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제조업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중국 사업장을 접고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물론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수출길이 막힌 중국 업체들조차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중국 패싱도 제조업 부문 동북아 4국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을 시행하면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 △제조시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또는 미국 인근 국가인 멕시코·캐나다로 가는 니어 쇼어링(Near shoring)한 제품 △호주 등 미국의 안보 우방국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프렌들리 쇼어링(Friendly shoring)한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본토에서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갈 비중이 축소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 제조업체들의 동남아 이전은 앞으로 더해질 것이며, 이러면 오히려 부산항에서 선적한 중간재 품목을 완성품 공장이 있는 동남아 지역으로 운송하는 물량이 늘어난다.

구 회장은 “현재 한국 등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미주항로의 물동량은 일시적으로 증가한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의 세계적인 흐름 변화에 따라 수출입 실적에서 부산항도 서서히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부산항을 통한 교역액은 2018년 3044억 달러(수출 1766억 달러, 수입 127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낮아져 2023년에는 2296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수출이 1500억 달러대에서 정체되고 있지만, 수입액은 2021년 934억 달러로 1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올해도 1~4월 누적 수출액 495억 달러, 수입액 230억 달러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13.1% 감소해 교역액은 725억 달러에 머물렀다.

부산항은 인천국제공항에 2016년부터 수입액이, 2017년부터는 수출액도 밀리며 대한민국 제1의 수출 관문이라는 타이틀도 내려놨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교역액은 3580억 달러(수출 1828억 달러, 수입 1752억 달러)였으며, 올해 1~4월 누적 교역액은 1273억 달러(수출 686억 달러, 수입 587억 달러)로 집계됐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