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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잘나가는 현대차, '파업 브레이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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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잘나가는 현대차, '파업 브레이크' 빨간불

전기차·SUV·고급차 등 전 라인업 세계시장 판매 호조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판매감소 따른 실적 악화도 불가피
고객 신뢰 하락할 우려

지난달 23일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3일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전기차와 고급차까지 세계 시장에서 호재를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 리스크로 실적 반등에 빨간불이 켜질 위기에 놓였다.

노조가 지난 6년간 무분규 파업을 이어왔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이 기간 현대차는 노조의 무분규 임금 및 단체 협약을 타결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노조가 파업 의지를 굳히며 이런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3160명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4만1461명(투표율 96.06%) 중 93.65%(3만8829명)가 파업에 찬성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2018년 이후 6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사측에 시간당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추가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로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450%+1450만원,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회사는 올해 경영환경과 생산실적 등을 근거로 제안했지만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역대 최대치 실적을 달성한 만큼 이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협상에서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교섭장에서 퇴장하면서 8차 교섭이 결렬된 바 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올해 교섭에서 현대차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과반 이상이 찬성한 만큼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런 결정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올해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기차 캐즘에 접어들었고, 세계 경기 불황으로 주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고금리에 따른 판매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판매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상품 라인업의 변경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등이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전히 인기 모델의 경우 웃돈을 줘야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상품성이 높아졌고,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런 호평은 현대차 해외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현대차만큼은 적어도 매월 한 자릿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밀려 있는 물량 소화조차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은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14년 현대차는 노조의 4시간 부분 파업 기준으로 21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400억여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이런 악영향은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 노조의 파업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차근차근 쌓아왔던 고객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글로벌 판매 3위를 달성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