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협력한다. 3일 대만에서 개최된 ‘세미콘 타이완 2024’ 행사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다른 파운드리 기업 등과 협업해 20개가 넘는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 TSMC 관계자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HBM제품을 공동 개발중이라고 밝혀 삼성전자와 TSMC가 HBM개발에 협력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부문을 보유한 상황에서 TSMC와 협력한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제품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경쟁사와의 협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도 경쟁사와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기업 인텔도 파운드리부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최신제품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인텔이 공개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2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적에게 자사제품의 생산을 의뢰한 셈이다.
반도체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면서 제품개발에 협력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전개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AI 기술을 계기로 호황에 접어든 반도체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AI에 필수적인 HBM부문은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HBM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까지 HBM제품이 품절됐을 정도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축소가 필수적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사들과 서슴없이 손잡고 제품 생산이나 개발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습득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서 “공동개발이나 협력하게 되면 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