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업체 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지식재산권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부딪쳤다. 우리나라 업체 간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DDX 발주 일정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7월 상세 설계와 초도함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미뤄지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척을 건조하는 등 총 7조8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이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2012년 개념설계 사업자로는 한화오션을, 2020년 기본설계 업체로는 HD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업체 간 갈등 때문이다. 시작은 한화오션이었다. 한화오션은 3월 KDDX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고소하며 반발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까지 수행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자 법령에 명시된 조항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무인수상정(USV)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현재 한화시스템이 이의제기 신청을 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 지식재산권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갈등이 있었다. 최근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개청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양사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국내 업체 간 갈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부 싸움이 자칫 힘을 합쳐야 할 해외 방산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방산 수주는 국가와 국가의 경쟁"이라며 "(이런 갈등은) 우리나라 방산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