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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우정 영풍·고려아연, 결국 경영 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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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우정 영풍·고려아연, 결국 경영 분쟁으로

영풍·고려아연, 1949년 창업부터 공동 경영
2020년 3세 경영 시작된 이후 갈등 본격화
영풍·MBK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 매입
고려아연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며 반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방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하며 75년간 이어진 영풍과 고려아연의 동행이 막을 내리고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75년 우정…경영 원칙 견해 차이에 균열


영풍과 고려아연이 갈라서게 된 것은 '경영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특히 3세 경영이 본격화된 2020년대 이후 시작됐다.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영풍은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무차입 경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이 30%를 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은 달랐다. 오히려 다른 기업 등 외부와 손을 잡더라도 미래 사업에 투자하기를 원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을 준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윤범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을 선포한 이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다른 기업들과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 확보에 나서며 미래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영풍은 이런 고려아연의 경영 방식을 탐탁지 않아 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지분 경쟁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들은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배당안과 정관 변경안을 두고 맞붙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영풍은 고려아연과 HMG글로벌 간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원료 공동 구매·영업 종료를 선언하며 양사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고려아연 은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이미지 확대보기
고려아연 은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경영권 싸움 본격화


양측 갈등은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에 가세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MBK파트너스는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가 돼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며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약탈적 자본과 결탁한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당사의 경영권을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 기간산업과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되는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둔 지분 확보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 주요 주주는 영풍 측이 685만9254주(33.13%)를, 최윤범 회장이 현대차, 한화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703만8016주(33.99%)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에 성공하게 되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에서 최소 40.11%, 최대 47.74%로 늘어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와 국민연금(7.57%)을 제외하면 과반인 52.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공개 매수와는 별도로 영풍의 특별 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을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가진 기업들을 통해 지분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 매수를 통한 추가 지분 확보가 예상되며,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의 추가 지분 매입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