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배당 확대 요구'로 불거진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갈등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개입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은 서로에 대해 고려아연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여론은 고려아연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와 MBK가 운영하는 펀드에 중국 자본이 들어 있다는 의혹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 기간 산업인 고려아연을 투자 자본에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 확대 요구로 불거진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영풍이 MBK를 끌어들이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앞서 양측 갈등은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장형진 고문 측이 MBK에 자기 지분 절반+1주를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주주 간 계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다음날인 MBK가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6.98%,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지분 싸움이 본격화했다.
현재 양 측은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에 대해 "고려아연을 이끌 자격이 없다"며 비방하고 있다. 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능력이 부족해 고려아연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김광일 MBK 부회장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원래 현금을 쌓아 놓고 경영하는 회사"라며 "그러나 최 회장 체제에서 자사주 매입, 신사업 투자 등을 계속하며 올해 말 순부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공개 매수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고려아연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MBK가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에만 몰두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오며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킨 사례가 있고 여기에 MBK가 운영하는 펀드에 중국 자본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MBK가 회사 이익보다 자금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MBK는 "사실과 다르다"며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중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매각 시점에 갔을 때 상황이 달라져 자금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어서다. 이는 사모펀드의 투자 목적이 짧은 시간에 투자 수익을 끌어올려 재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 후 3~5년 차부터 매각을 시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사모펀드는 단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회사를 경영한다"며 "만약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에 넘어가고 이를 중국 기업 등이 재인수하게 된다면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