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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드러난 중국 댓글조작 정황…"현대차는 뽑기, 중국차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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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드러난 중국 댓글조작 정황…"현대차는 뽑기, 중국차 최고"

김은영·홍석훈 교수 연구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서 기사 댓글 분석
겁주기·갈라치기·버리기 전략 구사…"정부 대책 마련 시급"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로봇이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로봇이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 국내 온라인 기사와 게시물에 중국이 조직적인 댓글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로 한국의 기술력과 제품을 폄하하고 중국의 기술력을 추켜세우는 식의 댓글로 그렇게 하며, 최근 들어 이 같은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를 펴내고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밝혔다. 국내 경제 분야에 대한 중국의 조직적 댓글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202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 산업 분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식 번역체, 중국 고유 ID·프로필 특성, 동일 ID 반복 댓글 등 해외 선행연구에 사용된 중국인 계정 식별 기준을 적용해 중국 의심 계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내에서 확보된 77개의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한 결과, 이들 계정은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핵심 플레이어의 조율하에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게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상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삼성,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주요 키워드를 이용해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수집해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 의심자들이 높은 빈도로 댓글을 게시하는 기사들이 총 댓글 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한국인이 주로 댓글을 작성하는 기사에 (중국인 의심자들이) 댓글을 더 많이 게시했다"며 "이는 한국인의 댓글 게시가 증가하는 경우가 중국인 의심 '댓글러'들이 해당 기사에 댓글을 게재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댓글은 특정 시기나 이슈와 관련된 기사에 많이 달리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댓글 수가 적게 달린 기사의 빈도수가 높게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중국인 의심 계정은 댓글 기사 수와 기사에 달리는 댓글 수 관계가 정규 분포 형태를 보이는 이상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한국인이 댓글을 많이 작성하는 기사가 중국인 추정 댓글러들의 댓글 게재 여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에는 기사별로 최대 댓글 수가 2698개가 달리며 네이버(454개)보다 더 조직적인 여론 선동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런 중국인 추정 계정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겁주기', 정치·성별·지역 '갈라치기',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버리기' 기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기차 기사 댓글 중에서는 "중국차도 품질이 좋아졌는데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돈 버는 거다",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봐라. 좀 긴장해야 한다" 등과 같은 '겁주기'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현 정권은 친미·친일 정책으로 미·일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기사의 보도는 '갈라치기'로, 중국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보도 내용보다는 매체 자체를 비난하는 건 '버리기' 전략으로 분류됐다.

중국인 의심 계정들은 한국 내 성별·지역·정치 등의 갈등을 부추기는 서사를 확산시키거나 한국을 비방 또는 비하하는 키워드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중국발 인지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문제 댓글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중국인 계정을 식별할 수 있는 범정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연구팀은 "중국의 인지전 위협이 새로운 양상의 비물리적 전쟁이라는 인식하에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며 비판하는 등의 여론으로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행위는 국내 기술력을 올바로 알리는 것에 큰 장애가 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