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튀니 누가 이런 차를 타겠나 싶지만, 의외로 없어서 못 판다는 차다. 이 차는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국내에는 고작해야 21대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21대가 갖는 의미는 군(軍)의 '예포 21발'에서 착안됐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핑키는 여성스러운 면을 보이면서도 활발하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다. 지프가 말하는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와도 겹쳐진다. 어떻게 보면 살짝 톰보이와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빨강머리 앤' 같은 캐릭터와도 오버랩된다. 어쨌든 이 시트콤 여주인공은 극에 등장할 때마다 항상 핑크를 달고 나온다. 그래서 이름이 핑키다. 핑크색 스카프는 기본이며, 바이크도 핑크색, 가죽 바지도 핑크색이다.
하지만, 이 핑크색은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핑크색이 조금 짙은 크로마틱 마젠타(고채도의 진한 핑크색)로 보이는데, 이 색상은 시각적으로 해가 지는 혹은 해가 살짝 뜨는 새벽이나 황혼 시간대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전시에 활용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사막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인 위장색으로 활용됐다고 하는데,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한 부대가 차량을 핑크색으로 칠하고 활약한 사실도 알려진다. 현재로 돌아와 어둑어둑해지는 낙조에 이 차를 본다면 핑크핑크했던 색상은 어딜 가고 어딘가 중성적인 검은으로 바뀌는 것도 분명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겨우 색상만 다른 건 아니다. 랭글러 루비콘 하드탑 모델에 개성을 더해줄 액세서리 3종이 추가됐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도어 실 가드, 전 좌석 그랩 핸들, 그리고 외관에 캐스트 알루미늄 소재의 주유구 커버가 추가 장착됐다. 기본적으로 내 차가 한정판임을 자랑할 수 있는 넘버링 뱃지도 제공되기 때문에 기본 모델과 큰 차이 없는 8190만원의 가격은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해준다.
기분 탓인지 새삼스레 승차감에 대한 인식마저도 달라진다. 루비콘, 4도어 하드톱 모델에 파워트레인 스펙과 주변 사양들이 모두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어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는 것, 최대토크는 40.8kg·m에 맞춰져 있다는 것, 전장과 전폭, 높이 등 모두 같은 사이즈다. V 디스크 브레이크에 멀티링크 서스펜션, 7.5km/ℓ의 연비를 기록하는 것도 똑같다. 연비 문제는 이 차가 좀 더 공격적인 BF 굿리치 올터레인 T/A KO2 타이어를 신었기 때문이다. 사이즈는 285/70R 17이다.
지프 랭글러는 뭐니 뭐니해도 아니코닉한 차량으로 인정받는다. 미니 쿠퍼와 포르쉐 911 같은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만의 커뮤니티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바로 자체적으로 치러지는 고객 참여 행사 덕분이다. 지프는 매년 지프 캠프를 진행한다. 올해도 이달 곧 행사가 예고돼 있다. 가장 기쁜 일은 투스카데로와 같은 한정판을 타고 나가 오프로드 체험은 물론 커뮤니티 멤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것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