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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경쟁력 악화 불가피…"국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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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경쟁력 악화 불가피…"국가가 나서야"

영풍·MBK 고려아연 지분 5.34% 추가로 확보해 승기 잡아
영풍 측 경영권 쥘 경우 기대보단 우려하는 시선 더 많아
기존 제련업 경쟁력 악화와 기술·인력 유출 가능성 있어
"고려아연은 韓 실물경제 한 축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업"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이미지 확대보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끝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영풍·MBK가 경영권을 차지한다면 아연, 납, 황 등 기초소재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기술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나서 국가기간산업의 한축을 맡고 있는 고려아연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제련업 경쟁력 약화 우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은 지난달 13일 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지분 5.34%(110만1510주)를 추가로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승기를 잡았다. 영풍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3%에서 38.47%로 늘었다. 최윤범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까지 진행된다. 목표치를 채우고 소각까지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경우 영풍 측 지분은 최대 40% 후반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영풍 측은 조만간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기대보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는 제련업에서의 경쟁력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아연, 황 등 기초소재를 공급받는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 등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려아연으로부터 아연을 공급받고 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철분야에서는 포스코가 있듯이 비철금속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실물경제 한 축을 구성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업"이라며 "만약에 사모펀드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면 선례로 남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나 소부장 업체들이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기술 유출 우려...국가 나서야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우려되는 되는 점은 인력 유출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술진은 영풍 측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금속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해 산화물로 만드는 배소 공정 등 제련 공정에 상당한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한 만큼 인력 유출은 고려아연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기술 유출도 우려된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다시 재매각 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시간에 투자 수익을 끌어올려 재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사모펀드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매각 시점에 갔을 때 상황이 달라져 자금 이익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관련한 산업에 있어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심지어 MBK는 고려아연의 주요 사업이 주력 산업이 뭔지도 몰랐었다"며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가졌을 때 어떤 경영인을 데려올지는 모르지만, 현재 중대 재해로 대표가 구속되고 영업손실이 나고 있는 영풍의 상황 등을 봤을 때 경영권을 맡길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나서 고려아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려아연을 글로벌 1등으로 만든 사람들이 단기 투기 자본과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이 분쟁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MBK, 장기투자·고용보장 약속 지킬까


MBK가 약속한 '10년 장기투자'·고용 보장' 등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지금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청사진'을 내놨지만 실제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MBK는 앞서 인수했던 기업을 경영하며 인수 전후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먼저 MBK는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인수할 당시 10년 이상 장기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수 6개월 만에 말이 바뀌었다.

홈플러스도 같았다. 2015년 MBK가 영국 유통 업체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김광일 MBK 대표(현 부회장)는 "현재 고용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한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코웨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만약 MBK에 넘어가서 해외 기업에 다시 매각됐을 때 이제 국부 유출 가능성이 있다"며 "사모펀드는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나 산업 발전에 관심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희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