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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배임죄 개선방안 발표…"구성 요건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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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배임죄 개선방안 발표…"구성 요건 명확히 해야"

배임죄 명확화·범위 축소 제안
처벌 수준도 현실 맞게 개선해야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도 필요
2014~2023년 한국 전체 범죄 및 배임죄 관련 평균 기소율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이미지 확대보기
2014~2023년 한국 전체 범죄 및 배임죄 관련 평균 기소율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재계가 경영상 판단에 적용하는 배임죄의 요건이 모호해 기업 경영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2일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가혹한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며,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현행 배임죄의 구성 요건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고 짚었다.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규정해 임원은 물론 지시에 따라 실무를 수행한 일반직원도 배임죄 주체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임의 기준도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정당한 경영 활동까지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 배임죄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이같이 모호한 규정으로 무분별한 배임죄 고소·고발이 우려된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배임죄 기소율이 전체 사건 평균 기소율보다 24.3%포인트(P) 낮은 14.8%로 나타났다.

배임죄 처벌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내리는 '무기 도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살인죄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행 배임죄 가중처벌 적용 기준이 199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11.4배 증가한 지금까지 조정되지 않아 현실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됐다.

경총은 배임죄에 따른 기업 경영 위축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덧붙였다. 배임죄 주체를 '타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법률상 책임이 있는 사람'과 같이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임 행위의 범위를 한정하며 손해의 개념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가중 처벌의 근거인 특경법상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다. 적법 절차를 밟아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내린 경영 판단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이다. 독일은 주식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했고, 미국은 판례를 통해 절차적 적법성만 충족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배임죄는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음에도 개선이 되지 못했던 문제”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배임죄를 개선하여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