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타격을 입은 테슬라가 신차 개발을 미루며 기존 모델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출시한 모델3와 SUV형 모델Y 이후 사실상 새 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후 등장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은 판매 부진을 겪었고 저가형 2만5000달러(약 3460만원) 전기차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_는 완전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하면서 “새 모델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슬라는 20년 가까이 어떤 차량도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지 않았다. 반면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2년 주기로 신차를 내놓으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엔보르소의 애드리언 밸퍼는 “테슬라는 외형보다 기술 업데이트에 집중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아이폰처럼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성능을 높이는 고수익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이 오래가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애널리스트 톰 리비는 “테슬라의 고객 충성도는 지난해 급락했다가, 인센티브 지출을 두 배로 늘린 뒤에야 회복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새 제품 출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는 올해 1~3분기 6%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약 1040만원)를 폐지한 여파가 컸다. 테슬라는 3분기 매출이 일시 증가했지만, 관세와 연구개발비 증가, 탄소배출권 매출 감소로 순이익은 37% 급감했다.
테슬라의 전체 매출 중 자동차 부문이 88%를 차지하지만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비자동차’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S&P에 따르면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평균 8년마다 차량을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지만 테슬라는 모델3와 Y의 소폭 디자인 변경(‘리프레시’) 외에는 근본적인 변화를 내놓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야디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SUV 신차 17종을 내놓으며 포드의 두 배 속도로 시장을 넓혔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개럿 넬슨은 “이 정도로 오래된 라인업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