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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환경부로 이관…산업·통상 연계 끊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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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환경부로 이관…산업·통상 연계 끊기나

정부 산업부 에너지 정책 부서 대부분 환경부로 이관
석탄·광물 담당 자우너산업정책국만 산업부에 남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 탄력 전망
에너지와 산업 정책 간 조율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 나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넘기기로 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재생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산업·통상과 연계가 부족한 규제 중심 정책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을 쪼개는 대신 경제 정책과 통합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더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7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서 대부분을 환경부로 넘기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을 확정했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정책관·전력정책관·재생에너지관·원전산업정책국·수소경제정책관 등이 환경부로 이관된다. 자원개발·석유·가스·석탄·광물 업무를 맡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은 산업부에 남는다. 화석 연료 관련을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 관련 부서가 모두 환경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과 분리되는 것은 지난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오일쇼크 등 위기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왔다.
다만, 정부의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먼저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시대 준비에 정책 역량을 쏟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2030년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통에너지원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부처"라며 "탄소 감축을 위한 산업별 규제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그린산업 전반의 육성을 담당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산자부가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을 때 가능했던 에너지 정책과 산업·통상 정책 간 조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전 에너지원이 핵심은 석유·가스인 데다, 현재 간헐적 수준인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화석연료도 중요하다"며 "원전 사업 수주를 산업부가 맡고 관리를 환경부가 맡는 것처럼 에너지 유형에 따라 부처를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자와 분야를 둘러싼) 거버넌스를 통한 균형이 중요하지만, 이 거버넌스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정책이 재생에너지에만 초점을 두게 되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문제와 에너지, 산업·통상 등 경제 문제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대처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에너지 정책과 환경 문제가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경제, 통상과도 밀접하게 연계되고 있다"며 "기후를 규제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기후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에너지 정책과 ‘기후경제부’ 같은 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