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더 감성 두로 입힌 소형 전기 SUV
전에 없던 퍼포먼스, 타이칸과 제로백 동일
전에 없던 퍼포먼스, 타이칸과 제로백 동일

제품도 마케팅도, 모든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중국 생산이 많아지고 공유 부품수도 많아졌다. 현지 브랜드들과의 얼라이언스라고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혈연관계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배터리 부품, 구동계가 그렇다. 아무리 잘 나가는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지리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한 이상, 볼보의 성장 속도는 조금 더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만나본 차는 그 어려운 시기의 시작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차다. 볼보의 소형 전기 SUV인 EX30. 이 차의 오프로드 버전 ‘EX30 크로스 컨트리’ 모델이다.
글로벌 시장 경쟁 시대에 특정 국가 생산 제품에 대한 구태한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볼보차에서 중국의 스타일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중국 트랜드는 미국의 테슬라와 독일의 포르쉐를 벤치마킹해 섞어 놓은 느낌이다. 외관은 포르쉐 내부는 테슬라. 이미 EX30 출시 때 언급 했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전동화의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다소 약해졌다. 미니멀리즘하고 깔끔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버튼이 다 사라졌다. 테슬라 오너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터지만, 분명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많다. 드라이브 모드에서부터 심지어 사이드미러 조절까지 세로형 타블렛을 통해 작동한다. 다행인 것은 현지화된 티맵 음성 서비스 ‘아리아’가 제법 영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뒤편에 마련된 레버가 변속기다. 여기엔 ‘RND, P’ 말고도 다른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주행 보조 지원 기능이다. 변속기 레버를 한 번 더 내림으로해서 바로 작동한다. 제법 편리하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데에도 한몫한다. 어쨌든 이들은 EX30 모델에서도 볼 수 있던 기능이다. 달라진 것은 주행모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제로백’ 시간이 3.7초. 포르쉐의 타이칸과 같은 수치인데, 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끌어내려면 주행모드의 구분이 필요했을 거다.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해보니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주행모드 변경도 타블렛 안에서 한다. 비교적 상주하는 화면 하단부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다. EX30CC의 구동계는 4륜 시스템과 69kWh NCM 배터리, 트윈모터를 탑재해 최대 428마력을 발휘한다. 공식적인 복합 1회 충전거리는 329~351km를 기록한다. 한국 시장 기준 실사용 시 대략 400km 언저리라고 보면될 거 같다. 이 역시 EX30과 변반 차이가 없는 데 이목을 끄는 것은 사륜임에도 주행거리 차이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다. 지상고가 기존 EX30보다 19mm 높아졌고, 전용 19인치 휠과 플라스틱 가니시, 스키드 플레이트 등으로 크로스컨트리 특유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주행감각은 여기서 드러난다. 볼보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세팅.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심에서는 안정적고 운전이 쉽지만, 고속에서는 넘치는 퍼포먼스 탓인지 살짝 불안하다. 불규칙 노면이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기본 모델보다는 좀 나은 느낌이다. 코너는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오프로드는 아주 편안할 거 같았다.
안전사양은 역시 압도적이다. 5개의 레이더, 5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각종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이 기본 적용됐다고 한다. 사각지대 경보,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후방 교차 경고, 360° 서라운드 뷰 등 볼보가 강조해 온 ‘안전의 대명사’다운 구성을 선보인다. 이정도 하면 찻값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EX30CC의 국내 판매 가격은 5516만 원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더 싸진다. 다만, 초반에 언급했던 전동화 시장 승패는 장담할 수 없다. 다른 브랜드들과 다시 출발선에 서서 경쟁할텐데, 볼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은 된다. 소형 전기 SUV 시장은 더더욱 열악하다. 가격 경쟁은 물론 이미지 싸움까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볼보가 어중간한 포지션에 있다고 본다. 다만, 주행거리만큼은 만족스럽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EV3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가격 면에서는 BYD의 아토3가, 그리고 오프로드 감성 쪽으로는 지프 어벤저가 모험을 함께 한다. 참,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중점적으로 본다면 MINI 쿠퍼 SE가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