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미 투자수출 해법 찾는 재계] 구금 사태·안전 규제 겹친 재계…대미 투자 의지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대미 투자수출 해법 찾는 재계] 구금 사태·안전 규제 겹친 재계…대미 투자 의지 시험대

현지 규제 불확실성, 대미 투자 발목
국내 안전 규제 강화…기업 부담 가중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주요 그룹의 대미 투자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현지 제도 리스크와 국내 안전 규제가 동시에 부담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투자 재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상황에서 이민 단속과 관세 불확실성 같은 외부 변수는 물론 중대재해 발생 시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새로운 국내 규제까지 추진돼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 시각)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건설 중인 조지아 HL-GA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기술자 300여 명이 구금되는 사건은 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미국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안정성을 흔드는 변수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환경도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일 사업장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적자 기업에도 최소 30억 원을 적용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제도는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해외 규제와 국내 규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재계에서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리스크 관리의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국내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단순한 재무적 판단을 넘어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기차·반도체처럼 고위험·고비용 구조의 산업에서는 제도적 변수나 안전사고 한 번이 기업 신뢰도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현지 로펌·컨설팅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노무·비자 문제 예방을 위한 인력 관리 시스템 정비, 산업안전 컨설턴트 영입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 책임 추궁이 아니라 사전 예방 투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런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규제 강화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도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만큼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기업 활동의 운신 폭을 줄이는 규제가 겹친다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