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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기리는 일에 냉담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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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기리는 일에 냉담한 대한민국

[시론]제94돌 3·1절 기념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에 붙여
▲김영조한국문화사랑협회회장이미지 확대보기
▲김영조한국문화사랑협회회장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한국문화사랑협회장] 온 겨레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1919년 3·1만세운동으로부터 벌써 94돌을 맞았다. 당시 3·1만세운동은 상해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촉발했고, 이후 일제강점기 내내 온 겨레의 독립정신을 지탱해 주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3·1만세운동 제94돌이 되었음에도 일제강점기 당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져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을 몇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더구나 여성의 몸으로 남성 못지않게 헌신적인 투쟁에 나섰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은 유관순 말고 더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찾아 그들에게 드리는 헌시를 쓰고 일생을 정리한 글과 함께 시집을 3권이나 내고 벌써 두 번째 시화전을 여는 이가 있어 화제다. 바로 이윤옥 시인이 그 사람이다. 그는 10여 년째 항일여성독립운동가만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를 유관순 말고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한 사람도 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여성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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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여성독립운동가들에 관한 턱없이 부족한 자료와 무관심이라는 벽에 부닥쳐야 했다. 유관순 열사는 단행본이 17권이요, 논문이 150여 편에 이르며, 충남 천안에는 5만5000평의 땅에 근사한 기념관까지 있다. 그런데 유관순과 같은 나이인 열일곱 살에 함경북도 화대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부르다 서대문형무소에 잡혀와 숨진 동풍신 애국지사는 A4용지 한 장 정도가 독립운동 자료의 전부다. 동풍신 애국지사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은 223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 대부분이 자료도 빈약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사회의 조명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윤옥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의 행적과 부족한 자료를 찾아 그들이 활동했던 지역이나 태어났던 고향마을, 무덤 등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녔고 심지어는 중국 상해에서부터 중경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피난길을 되짚는 대장정의 답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윤옥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쫓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 교수 자리도 내놓았다고 한다. 이들의 발자취를 찾아 책으로 내고 그것도 모자라 시화전까지 열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경비조달이라고 했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국가보훈처의 문헌지원사업에도 도전을 해보았으나 그 벽은 철옹성으로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이번 3‧1절을 기해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역시 후원하는 곳이 적어 어려움 속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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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시인은 3·1만세운동을 촉발시킨 2·8독립선언의 도쿄YMCA에서도 시화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제식민의 역사를 왜곡한 채 반성하지 않고 점점 우경화 되어가는 일본에서 한국의 잔 다르크를 소개하는 일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보스턴 지역의 시민과 학생들은 지금 자원봉사로 이윤옥 시인의 책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시화전은 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바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했던 독립지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들 독립투쟁을 했던 지사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나라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일이요, 앞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정신적인 유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을 개인의 몫으로 여기고 외면하는 사회와 나라는 무엇이란 말인가? 항일여성독립투사를 찾아 우리 사회가 눈 감고 있는 동안 묵묵히 이들을 따사롭고 밝은 햇볕 아래로 끌어내고 있는 한 시인의 외로운 작업에 모두가 동참해야만 한다. 나라가 하지 않으면 3·1만세운동 때 농부와 기생이 나섰던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가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