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에 재산 1300억 달러 줄어
정부 낭비 줄이겠다던 약속 못 지켜, 미사일 방어망 사업으로 반전 노려
정부 낭비 줄이겠다던 약속 못 지켜, 미사일 방어망 사업으로 반전 노려

머스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정부 낭비 절감을 목표로 정부효율부를 맡았으나, 약속했던 2조 달러(약 2784조 원) 예산 절감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머스크 개인 재산은 트럼프 취임 뒤 약 1300억 달러(약 180조 9000억 원) 줄었고, 테슬라 브랜드도 손상됐다.
FT는 머스크의 백악관 생활을 "전기톱으로 시작해 훌쩍이는 소리로 끝났다"고 평했다. 공무원 조직과 법원의 반발에 부딪힌 머스크의 개혁 시도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납세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워싱턴에서 머스크가 얻은 두 가지 이득이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첫째는 트럼프와 함께 정부 관료 조직을 흔들었다는 점이다. 중앙정보국(CIA)부터 교육부까지 관료 조직에 두려움을 심었지만, 법원이 힘을 보탠 공무원들의 반발로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둘째는 트럼프 정부의 '골든 돔' 사업이 앞으로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큰 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미국 전역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로널드 레이건 시대 '스타워즈' 계획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국방 사업이 될 전망이다.
FT는 "미사일 방어망이 인공위성 묶음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아폴로 계획에 맞먹는 예산 규모인 약 2800억 달러(약 390조 원)가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는 팔란티르, 안두릴과 함께 골든 돔 연합체를 꾸려 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테슬라 브랜드에 스스로 상처를 냈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 일부에서 테슬라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은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에서 보인 극우 성향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런던에서는 테슬라를 "스와스티카(나치 상징)"라고 부르는 광고가 나타났는데, 이는 머스크의 극우 성향 홍보에 대한 반응이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도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머스크가 위스콘신주 대법원 판사 선거에 2200만 달러(약 306억 원)를 썼지만 실패하면서 트럼프의 신뢰도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의 가장 큰 시험은 정부 부패를 밝혀내는 것이었으나, 사법부와 의회 모두 머스크의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다.
머스크가 만든 인공지능 그록(Grok)조차 "정부효율부 실험은 운영 혼란과 법적 얽힘, 제한된 성과를 냈고 작은 이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성공이라기보다 경고하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이번 조기 퇴임이 앞으로 미국 정부와 머스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머스크는 최근 폭스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대중의 오해에 상처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머스크의 희생에 고마움을 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