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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불편한 진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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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불편한 진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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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
서울고법이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맞벌이 부부 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크다”며 “의무휴업일 지정은 재량권을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 76명은 대형마트에 대한 자치구의 영업시간 제한을 위법하다고 본 서울고법 판결을 비판하며 대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대기업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농업구조는 20%의 우수농산물이 농산물 80%의 품질과 가격을 리드하는 20 대 80 구조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실시 이전보다 농산물 매입량이 평균 9억1000만원에서 많게는 63억원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대부분 영농법인과 지역농협인 반면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는 대부분 자영농업인이라는 차이뿐이다. 대형마트 납품업체와 농협소속 개별 농가(3만151곳) 납품금액이 연평균 182만원 감소했다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2.5% 하락하거나 2012년과 2013년에 전통시장 매출이 20조1000억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감소한 것은 대형마트의 힘이 강하다는 역설적인 통계다.

우리나라 소비가 위축되고 대형마트가 경영이 어려운 것은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 이후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온라인시장 등 새로운 경쟁자들에 의한 것이지 결코 전통시장 활성화에 지난 10년간 투입된 10조원을 두고 티끌을 잡는 것은 별개 문제다. 또 농민을 볼모로 식량주권이나 자유무역협정(FTA)과 쌀 관세화, 생존권 문제 등 마치 그들만의 리그처럼 억지논리를 펼치는가 하면, 일부 소비자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권리를 내세우기보다 공동 관심사인 개인 대형마트 출점과 외국계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침투에 따른 공동 대응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력관계 논의가 우선이지 너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서울고법이 “대형마트 강제휴무와 영업제한은 위법”이라고 파격적으로 판결했다. 소위 법익(法益)의 저울로 달아 공익의 총량을 판단하는 ‘이익 형량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의 매출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반면, ‘매월 2·4주 일요일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무조건 쉬어라’며 손발을 묶는 식은 결코 정도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제 대법원에서 규제의 명분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것과 대형마트 업태문제와 소비자 불편, 납품 중소업체나 농어민 손실, 일자리 감소,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협정 위반 소지 등 폐해를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가 문제다.

한국 유통산업은 변화가 많다. 대기업도 힘들지만 동네 슈퍼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도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내셔널브랜드에 종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서로가 입법 로비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며 개별 유통기업들은 실적평가 때문에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중소유통산업 측면에서 종합 대책과 정책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가 그룹들이 어느 한 쪽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중용의 도를 망각한 것이다. 이제는 상생모델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선비요 전문가정신이다. 지금까지 관련 문제에 음과 양으로 혜택을 본 사람들은 작금의 사태를 분석하여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인 것이다.

정부는 상생하라고 노력하는데 분쟁의 불씨는 살아서 타오르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휴일근무를 평일로 바꾸는 등 개별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법으로 망한다는 고사가 있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서로 터놓고 논의할 것이지 법률소송까지 가는 풍토는 정말 개탄스럽다. 유통산업연합회라는 임의조직을 만들어 놓고도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은 개그다. 서로 마음이 편할 리가 없고 이슈화가 된다고해도 서로 취하는 이익은 경미할 것이다. 교수의 눈으로 보면 모두 학생처럼 보이고 판사의 눈으로 보면 무죄와 유죄로 보일 것이다. 장사꾼들의 눈으로 보면 이익이냐, 손해냐 하는 것이 바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인격과 정체성을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보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