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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상시 청문회'의 두가지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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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상시 청문회'의 두가지 전제

김화주 대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화주 대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화주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상시 청문회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19대 국회는 이틀 뒤 막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협치(協治)’의 실종이니 의회주의에 대한 도전이니 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시 청문회 파동의 외관은 법리 논쟁이다. 여당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개정안의 수명이 다했다고 보고 있고(자동 폐기) 야당은 새 국회에서 (개정안이 폐기되지 않았으니) 그대로 재의결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실상 이번 사태의 본질은 헌법 해석 여하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주 단순한 사실, 즉 왜 국회는 자기 자신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남을 견제하고자 하는데 적극적일까 하는 의문에 있다. 이 점에서 국회를 보는 시선 역시 반드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나는 국회가 매우 비생산적이고 권위추구적이며 의원 이기주의적이라는데 상당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믿는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수많은 사건에서 국회가 그 갈등을 해소하거나 상황을 잘 마무리해서 박수 받을만한 일을 했던 기억을 그닥 많이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런 국회가 상시 청문을 해서 국정을 감시·견제하고 이를 통해 국리민복을 이끌어 내겠다고 하니, 그 의도에 썩 믿음을 보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국회가 꼭 상시 청문회를 하겠다면 최소한 두가지 관문을 먼저 거친 뒤에 추진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 번째 주문은 국정감사 ‘예비고사’이다. 먼저 막말 국감, 일단 많이 소환하기, 호통치기, 내 질문만 해대고 답변 안듣기 등의 구태에서 벗어났음을 국민에게 확신시켜 보라. 국회법 개정안은 ‘소관 현안 조사’라는 명분 아래 상임위에서 청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관 현안’이란 너무 광범위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가리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될 경우 행정부나 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대 국회업무에 할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 정당성은 확보된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상시 청문회법이 불편한 것은 과거 행태에 비쳐볼 때 ‘군기잡기’ 또는 ‘얼굴 알리기’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있다.

기업인 예만 들더라도 과거 우리는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를 일 없이 불러놓고는 그냥 돌려보낸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이 때문에 대기업 국회담당자들은 그룹 총수를 부르지 않는 조건으로 국회의원(보좌관)과 딜(거래)을 하는게 본업이라는 뒷얘기도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국정감사 때는 반드시 “우리 국회가 달라졌어요”를 시현해주시기 바란다.

두 번째 당부는 특권 내려놓기이다. 지난 19대 국회 초기에도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국민에게 그 결실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전용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라든가 사무실 넓히기, 자식 취직청탁 논란 등 오히려 19대 회기 내내 ‘의원 갑질’이 더 많이 회자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네티즌들 가운데에는 오히려 국회부터 바뀌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행정부 견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나 먼저 국회의원의 자질을 키우고 난 후에 하는 것이 맞을 것” “오히려 국회를 견제할 수단과 특권 감시기구를 더 만들어야 한다” “책임도 의무도 없고 특권만 누리는 국회가 자꾸 권한만 늘려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하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상시 청문회법에 국민들 반발하지 않을 것” 등등...

대한민국에서 갑중의 갑은 국회의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특권을 먼저 내려놓고 나서 상시 청문회를 추진했다면 여론은 국회편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지금 국회로 향하고 있는 화살들은 모조리 유턴해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김화주 기자 geco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