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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대체소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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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대체소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올해 유난히도 길었던 양자강 유역의 홍수와 비 피해는 중국의 곡창지대를 휩쓸어버려 많은 농산물의 생산이 어렵게 되었다. 특히 상류지역인 쓰촨성 지역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 전역에 걸친 비 피해는 중국의 식량위기를 초래하겠지만 이것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끼친다. 매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농산물 및 가공품의 수입이 거의 이루어지기 힘들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태풍피해와 긴 장마로 인하여 과일과 채소의 작황이 매우 어렵다는 소식이다. 그런 탓인지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 주부들의 시장바구니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버거킹에서 햄버거에 넣는 토마토 가격이 두배나 올라 토마토를 넣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다른 채소로 대체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긴 장마로 인하여 배가 제대로 익지를 못하여 생과일은 물론 약간 손상이 된 과일이라도 선별과 가공을 통하여 주스로 만들어 사용할 배조차 제대로 익지를 못하여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라지와 함께 배도라지 제품을 기획하였던 회사들도 난감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확보한 도라지를 처리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 영세기업의 경우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당장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
지난 봄 이미 이런 기후 변화에 따른 현상의 우려를 제시했지만 채소의 재배특성상 짧은 기간 내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커피 제품에서 한 가지의 원두를 볶아서도 커피를 제조할 수 있는데 굳이 맛과 향이 다른 여러 종류의 커피 원두를 혼합하여 제품을 만든다. 이는 원두를 생산하는 지역이 가뭄이나 홍수로 인하여 작황이 확 줄어들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원두를 생산하는 경우를 대비해 여러 가지 커피 원두를 혼합해 일정한 품질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커피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 놓인다 하더라도 항상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출하할 수 있다. 따라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한다. 커피 외의 다른 제품을 개발하여 출하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제조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발굴해 차선의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것이 전통적인 방법의 제품에 근접할 수 있는 길이다.

향후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은 점차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항상 변함없는 품질의 제품을 원하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산업체는 기존 제품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대체소재를 찾아야 하고 정부당국은 이러한 유사제품을 만드는 것을 규제하거나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으로 추구해 왔던 방법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이 방법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조방법, 대체 가능한 소개개발, 맛과 품질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제품생산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한다면 해당제품은 시장으로부터 도태될 수 있다. 누구든지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헤쳐 나오기가 어렵다. 기후 변화의 서막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