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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소비자물가 CPI 6.2%↑ " 그래도 인플레 일시적" 재닛 옐런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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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소비자물가 CPI 6.2%↑ " 그래도 인플레 일시적" 재닛 옐런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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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PI 물가지수 품목별 상승률
미국발 인플레가 비상이다. 미국 노동부는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대비 6.2% 올랐다고 발표했다. 31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뉴욕증시의 컨센서스를 훌쩍 넘어서는 인플레 폭탄 앞에 뉴욕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다우 나스닥 지수는 폭락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상화폐는 급등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40.04포인트(0.66%) 하락한 36,079.94로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8.54포인트(0.82%) 떨어진 4,646.71로, 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3.84포인트(1.66%) 밀린 15,622.71로 장을 마감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빚어진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 등의 비용등이 인플레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루전 나온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8.6% 올랐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국자영업연맹에 따르면 10월 소상공인 53%가 가격을 인상했다. 임대료 상승까지 겹쳤다. 미국에서 임대료는 CPI 지수에 포함된다. 반도체 공급망 압박을 받는 중고차와 신차 가격은 여전히 높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휘발유, 난방 가스, 식료품, 가구 등 시민 일상과 밀접한 주요 품목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에너지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특히 가파르다. 노동부 10월 CPI 세부내역을 보면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49.6% 상승했다. 높은 에너지 비용이 다른 모든 재화 가격을 높이고, 이미 악화한 공급망 병목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내용은 “인플레 추세를 뒤집는 것이 나에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상승의 핵심 요인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물가하락을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또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시장 조작이나 바가지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미국 의회가 사회복지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잃는 이들의 수가 팬데믹 이후 최저치"라며 "내가 취임한 후 실업수당 청구가 70% 줄었고 1950년대 이후 올해 실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6만7천 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 기록을 5주 연속 경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일자리는 늘고 임금은 올라가고 개인부채와 실업은 줄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더 있지만 경제가 계속 회복하고 있고 1년 전보다 나은 상황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강조하으로써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우려 확산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물류대란과 유가인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 억제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현재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수그러들면서 가격 상승은 평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가상승률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2%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소비자 수요도 안정되면서 상품 가격과 임금의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높은 물가 상승세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리에 박혔기 때문”이라며 “지금 그런 일은 없으며 연준도 그와 같은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값만 빼면 미국의 인플레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재닛옐런의 진단에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문제는 치솟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어떻게 잡느냐이다. 너무 걱장할 필요도 너무 낙관할 필요도 없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