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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가열되는 반도체 패권경쟁, 국가ESG는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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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가열되는 반도체 패권경쟁, 국가ESG는 지속가능한가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ESG 융합시대’에는 반도체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오랫동안 우리의 경제적 버팀목이 되었는데 최근 잇따르는 악재로 인해 혹한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던 K-반도체 기업은 올해 대만에 1위를 내줬다. 마이크론(Micron)도 5년만에 최저 매출로 설비투자를 무려 30% 삭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권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는 등 잇따른 감산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이는 팬데믹 특수를 이룬 호황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현상인데 과거의 잣대로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편이다. 언택트로 인한 수요의 버블이 터지고 금리인상 여파와 긴축까지 겹치면서 2021년 대비해 PC는 –21%, 스마트폰은 –11.9%, 그리고 서버는 3.0으로 집계되는 등 반도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미국의 신공급망 재편에 따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기술 쟁취를 위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완전히 통제하는 초강력 제재를 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에 활용되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는 물론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키워온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첨단 제조 장비의 판매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기업이 아닌 한 국가의 전략산업에 대해 단호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상무부가 ‘기술안보’를 명분으로 베이징의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에서 무기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규제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쯤 되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아예 고사시키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보인다. 이에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전개되는 환경에서 국내외적으로 기로에 선 K-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한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초경쟁시대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에 우위점을 차지하려면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K-반도체가 성공하려면 부가가치를 높이는 첨단 미세공정에서의 기술 초격차 달성, 높은 수율 보장과 적기에 물량 공급, 확고한 고객 확보와 맞춤화 전략, 지속가능 기술의 개발, 그리고 선진화 기회를 담보하는 ‘속도전’이 중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출범후 56조 원 투자 결정까지 단 6개월 걸렸으며 ‘국가반도체기술센터’ 12조 원 출자도 쾌속 결정했다, 반면에 한국은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해 체질 개선을 시도했으나 공장 하나를 완공하려면 미국의 3배인 최소한 6년 이상이 소요되니 속도전 경쟁력에서 뒤떨어진다. K-반도체가 창출한 차별적 기술인 GAA 3나노 반도체는 저전력 반도체라 매우 유용하다. 나아가 틈새시장을 찾아, 전력을 30% 절약할 수 있는 반도체 패키징(packaging)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질서가 재편되는 거대 흐름에서 국익을 위한 기민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강력한 대(對)중국 제재를 합리화했다. 국가를 보호하는 ‘안보’는 ‘국가 ESG의 어머니’라고 일컫는데 디지털정보 시대에 ‘기술안보’는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 미국은 ESG시대에도 패권을 쟁취하려고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법’의 발효, ‘IPEF’, ‘IRA’, ‘칩4 동맹’을 결성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데이터 생성량이 많은 중국에 뒤처지게 된다. 미국이 중국의 18나노 이하 D램 혹은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의 장비 출하를 완전히 막는다면 중국의 YMTC가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을 중심으로 펼치는 중국과의 논쟁도 미국에 없는 대만의 파운드리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정책인데 K-반도체에 불똥이 튈지, 기회가 되어 순풍이 불지에 대해 긴밀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는 미래의 전략자원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사이클 사업형태로 ‘다운사이클’과 ‘업사이클’의 긴 흐름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도체는 가치사슬별로 글로벌 공급망이 넓은 산업 중의 하나로 각국의 이합집산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새로운 기회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 지난 4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보보좌관’ 긴급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 그리고 배터리와 광대역망 모두 21세기 인프라이다. 우리가 20세기에 세계를 이끌었듯이 21세기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가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국의 모델을 참고로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기업-연구’의 협업을 통해 K-반도체의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에 힘쓰며 동시에 인류에게 기여할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혜주 국가ESG 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