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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갤노트7 사태는 ‘극복 과정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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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갤노트7 사태는 ‘극복 과정의 시간’이었다

채명석 산업1부 부국장
채명석 산업1부 부국장
2006년 하반기에 벌어진 ‘갤럭시 노트7 사태’는 1969년 설립한 삼성전자에 닥친 최악의 위기였으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마침 기자도 사태의 처음부터 끝을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관계로 잊을 수 없었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갤노트7 사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당시의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되므로 이 자리에선 자세한 내용을 생략하겠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이 일을 다시 꺼내게 된 것은 당시 갤노트7 개발의 총책이었던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현 삼성전자 고문) 덕분이었다.
그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중요한 한 축을 이뤘던 ‘노트’를 착안했고, 애플 아이폰을 넘어서겠다는 역작인 갤노트7을 탄생시켰다가 단종이라는 실패를 맛본 후 1년 만에 후속작인 갤럭시노트8을 성공시키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기자가 궁금했던 것은 갤노트7의 탄생과 단종, 그리고 사고 원인을 찾아내서 갤노트8을 내놓기까지의 과정 동안 고 사장 개인의 심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노트8 언팩에서 그를 만났지만 그때는 질문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고 사장도 기자도 그때의 사건을 반추해본 다음 더 객관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그를 만났을 때 단 한마디만 물어보고 싶어 마음속에 준비는 늘 해뒀다. “그때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그 대답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접했다. 고 사장이 최근 펴낸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다.

"사장이 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일이라 처음에는 아찔하기만 했다. 주변에서는 사업의 위기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crisis(위기)'라고 했다. 그 당시 잠도 잘 수 없었고 혼자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요하는 삼성 최고 임원에 올랐지만, 고 사장도 사람이었고, 사람이라면 느끼는 같은 좌절감을 겪었다.

하지만 좌절할 시간에 머물 틈이 없었다.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심신이 무너지는 경험은 없었다. 사장인 제가 마지막 의사결정자이고, 여기서 제가 무너지면 십수만의 임직원을 실망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진정 두려운 것은 그것이었다. 부끄러움을 안은 채 무너질 수는 없어서 저는 마음속으로 ‘투명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지고 회사를 떠난다’라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고 사장은 ‘배수진을 친다’는 것을 ‘죽을 각오로 ‘이기고’ 또 ‘살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수진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친다는 것이다.

갤노트7 사태는 놀랍게도 삼성전자 전 임직원이 그 어떤 때도 볼 수 없었던 단합력을 보여준 덕분에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임직원 게시판에는 자기반성과 함께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글들이 올라왔고, 고 사장 등 CEO도 반드시 직원들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글로벌 기업들조차 놀라워했을 정도였다. 고 사장은 "사장으로서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배수진을 쳤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해결을 위해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갤노트7 사태를 '시련이자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기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가 다수일 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노트7 사태는 3~4주가 지나면서 힘은 들어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들로 정의되어 갔다. 그러니 위기가 아니라 극복 가능한 시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묘안이나 해법은 없다. 단 하나의 방법은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것, 어떻게든 돌파해내는 것뿐"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죽을 각오로 덤벼드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없다. 그리고 그 배수진을 칠 때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노트7 사태 때 우리 임직원이 모두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이라고 했다.

갤노트7 사태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한마음’으로 마주하면 어떠한 시련도 해결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