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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세의 나라, 월세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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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세의 나라, 월세의 시대로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빌라의 평균 월세가 56만5810원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64만2290원, 경기 52만305원, 인천 38만9131원 등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외곽에서는 빌라 월세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는 전용 35㎡ 빌라가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70만 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월세가 급등하고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주거비 부담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세입자들은 선택지가 좁아졌고, 주거비는 소득 증가 속도를 훌쩍 앞질렀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계약 방식의 이동이 아니라 주거 안정의 토대를 뒤흔드는 구조적 신호라는 점이다.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는 저금리 시대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목돈 한 번만 마련하면 몇 년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나라였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굴려 수익을 내고 세입자는 월세 부담 없이 거주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전세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렸다. 보증금을 운용해 얻는 이익이 줄어든 반면 보증금 반환 리스크는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역전세’와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며 전세가 고위험 상품이 되면서 집주인도 세입자도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이제 전세 감소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문제는 그 공백을 공공이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있다.
월세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이다. 수도권과 인기 주거지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세 매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월세로의 전환이 촉진되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또한 높은 금융비용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위축되고,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임대차 정책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각종 규제는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갱신청구권과 상한제 등은 일시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계약 유연성을 떨어뜨려 신규 임대 공급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제도 자체의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보호 장치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대책은 분명하다. 우선 신규 주택 공급을 속도감 있고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은 공급 측면에서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월세 세액공제와 주거급여를 현실화해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도 낮춰야 한다. 지금처럼 사후적 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급등기에는 자동으로 지원이 강화되는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자율적 계약이 가능하도록 임대차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고 시장 참여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계약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주거를 투자 수단이 아닌 사회적 권리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집은 자산이기 이전에 삶의 터전이다. 월세 고지서가 매달 불안을 상기시키는 사회에서 출산율 반등이나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거비 안정은 복지정책의 한 갈래가 아니라 경제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월세 상승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재난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전세의 나라에서 월세의 시대로 접어든 세입자의 삶을 기준에 두는 것이 해법의 출발점이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