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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93조원에 팔면 그만?…책임경영 내던진 액티비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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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93조원에 팔면 그만?…책임경영 내던진 액티비전 대표

사진=이원용 기자
사진=이원용 기자
게임업계 전체에 유례없던 '세기의 빅딜'이 마무리됐다. 세계구급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콘솔게임 엑스박스(Xbox)가 미국 최고의 온라인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IP들을 687억달러(약 93조원)에 인수하며 '게임 공룡'이 탄생했다.

MS와 액티비전은 인수전 과정에서 미국·영국 규제당국과의 치열한 법정 공방, 게임업계 유관업체들과의 물밑 협상 등을 통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그러나 '책임경영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로버트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의 마지막 모습은 인수전의 오점으로 남았다.
포브스와 블룸버그, 메트로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올 6월 MS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법정 공방에서 바비 코틱 대표는 "솔직히 엑스박스의 월정액 구독제 '게임 패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우리의 콜 오브 듀티 IP를 월정액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경영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영자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이번 인수를 추진한 이유를 묻자 코틱 대표는 "합병이 끝난 후의 사업은 MS의 문제일 뿐"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93조원의 '빅딜'만 마무리된다면 그 뒤의 회사 상황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무책임 경영'은 코틱 대표가 이끈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사전 유예 기간 없이 갑자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오스)' 프로리그 운영을 중단해 수많은 e스포츠 분야 실업자를 낳았던 2018년 '히오스 사태'나 회사 전체에 몇 년 동안 성추문, 차별 문화가 성행했다는 것이 2021년 정부 기관 고소로 밝혀진 '블리자드 성추문 논란'. 두 사건을 거치면서도 코틱 대표는 명목상 월급만 삭감했을 뿐,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코틱 대표는 인수인계가 마무리된 후 3억8000만 달러(약 5100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날 전망이다. 부디 그간 번 돈으로 은퇴하신 후에 잘 먹고 잘 살길 바란다. 이번 인수 성공을 포트폴리오로 내세워 또 다른 회사에서 '무책임 경영'을 벌이지 말고.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