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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배터리, 심호흡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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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배터리, 심호흡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

산업부 김정희 기자
산업부 김정희 기자
지난 11일 오전,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코치와 짓기로 한 합작공장 건설이 무산됐다는 것이었다. 최근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장 건설을 철회할 만큼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불과 1~2주 전 각 배터리 업체의 실적 컨퍼런스콜과 지난 1일 열린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도 회사를 이끄는 주요 임원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나아가 "전기차 시장은 우상향한다"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데 서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설명대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주춤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2017~2019년 연평균 40%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5%로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뒤돌아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참 바쁜 시간을 보냈다. 주요 완성차 업체와 공급계약을 연이어 체결한 것은 물론 이들과 합작공장 건설까지 진행하고 있다. 개수로 보면 북미 기준 13곳이다. 불과 5년도 채 걸리지 않아 이뤄낸 성과라는 걸 생각했을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대단한 일을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해낸 것이다. 그런 배터리 업계에 이번 사업 철회 결정은 아쉬운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성장 동력이 될 사업 중 하나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해왔던 일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숨을 깊이 마시고 내쉬면서 뒤를 그리고 주변을 다시 살펴야 한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리면서 놓쳤던 부분을 채워야 한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