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범죄나 죄질이 나쁜 교통범죄, 사망사고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뺑소니, 즉 도주치사상죄가 있다. 뺑소니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사고처리나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범죄이다. 대물사고를 내고 사고처리 없이 도주하면 도로교통법 제 54조 제1항 사고후 미조치죄로 처벌되며 대인사고를 내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의 도주치사상죄로 처벌된다.
상해사고를 내고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되고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하거나 사고 후 도주하여 사망케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된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는 사고 운전자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 구호조치의무와 인적사항제공의무 둘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도주치사상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운전자에게 도주의사가 없음이 증명되거나 아예 교통사고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타인에게 구호조치를 부탁하면서 연락처를 교부하고 갔거나 부상정도가 경미하다면 뺑소니가 안 될 수 있다.
사고 당시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뺑소니로 신고하는 일도 있다. 당시에는 다친 줄 몰랐는데 며칠 뒤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운전자는 구호조치도 안하고 인적사항도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도주치상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합의금 목적의 사기죄일 수도 있다. 도주치상죄의 상해는 전치 2주 정도의 가벼운 상해는 해당되지 않는다. 상해는 의학적, 과학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 규범적인 판단이다. 의사의 진단서가 중요한 참고사항은 되지만 법관은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치 2~3주 정도 진단서는 정밀검사 없이도 의사가 환자가 하는 말을 듣고 문진으로 충분히 발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은 경미한 상해에 대해 중죄인 도주치상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면 일단 상해로 인정되므로 상해가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고 운전자가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도주치상죄를 저지르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음주운전을 들 수 있다. 주취 상태 라면 인지능력이 떨어져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을 들이받으면 즉시 정차하고 차에서 내려서 구호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 냈다는 것을 감당하기 두려워서 그냥 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음주운전죄, 도주치사상죄, 위험운전치사상죄가 모두 성립되고 면허결격 기간도 5년이 된다. 처벌수위가 매우 높아지고 구속될 가능성도 커지는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 의한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법 특례적용을 받지 못하며 자기부담금의 상한이 없어서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피해자를 충돌한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고 병원으로 데려가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렸다면 일단 도주치상죄는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해사고일 뿐이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서 종합보험 가입증명서를 경찰에 제출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경우라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제공한 뒤 술이 깨고 나서 사건 신고를 하면 음주운전죄가 되지 않는다.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운전치상죄도 되지 않는다. 결국 아무런 불이익도 없고 처벌도 없게 된다. 어느 경우에나 할 것 없이 구호조치를 하는 것이 운전자 본인에게도 유리한 것이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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