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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 총선은 바이든에게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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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 총선은 바이든에게 '반면교사'

트럼프와 야당 심판론은 먹히지 않아, 정책 선택 유도해야

한국의 22대 총선 결과에 ‘절묘한 균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이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넘었으나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경고장을 받았다. 국민 한 사람은 우매할지 몰라도 집단으로서 국민은 깜짝 놀랄 정도로 현명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민의힘이 선거를 망친 이유 중의 하나로 선거 전략 패착이 꼽힌다. 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정부 심판론에 ‘거대 야당 심판론’,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 결과는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판가름이 났다.
아이러니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심판론을 제기한다는 사실이다. 전임 트럼프 정부의 실정(失政)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심판을 내려달라고 한다.

척 토드 NBC 뉴스 진행자는 “대부분의 선거가 ‘심판’이냐, ‘선택’이냐로 갈린다”고 말했다. 정당과 후보 캠프는 심판과 선택 중에서 어느 쪽으로 선거를 몰고 갈지 전략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때 대체로 야당은 심판으로, 여당은 선택으로 선거전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올해 미국 대선전은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이 맞대결하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그렇다 보니 바이든은 현직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심판론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는 막말을 내뱉으면서 우크라이나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부과와 같은 자극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은 이런 트럼프의 정책과 동시에 그의 과격한 캐릭터를 심판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캐릭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는 숱한 약점을 안은 채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올해 대선에서 다시 공화당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릭터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은 고학력자층 등 극히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

한국 총선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조국 대표가 ‘범죄자’라며 캐릭터 심판을 유도했다. 그렇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이런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 선진국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현직 대통령이나 총리가 대체로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가 3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은 39%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 윤 대통령은 2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4%,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6%,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4% 등으로 모두 바이든보다 낮았다.

루시르 샤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요 20개 선진국 지도자 중에서 지지율 50%가 넘는 사람은 없다”면서 “바이든 지지율 37%는 평균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국가적 프라이드의 쇠락, 낮은 경제성장, 소득 불균형 심화, 국가 시스템 붕괴 인식 등으로 인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운 공통의 난제를 안고 있다고 그가 지적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극단주의와 음모론이 판을 치고,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현직 핸디캡을 이겨내야 하는 바이든의 대선 캠프가 한국 총선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트럼프 심판론이 얼마나 허망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이 11월 이전에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는 신박한 정책을 통해 ‘선택’을 유도하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필패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