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피해자는 이성 친구 간, 연인 간, 이미 성관계를 했던 사이, 어플로 만난 사이 등 어느 정도 성적인 접촉을 예상할 수 있는 만남이어서 범죄의 성부가 애매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한편 남성의 입장에서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것 자체가 이성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며, 만나서 술을 마시는 동안 서로 호감을 확인했고, 상대방이 원했기 때문에 한 것인데, 준강간으로 고소당하니 당황스럽고 억울할 수 있다.
무혐의로 결론나면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분명히 의식을 잃고 강간을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CCTV영상으로 보게 되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뇌의 기억저장능력에만 문제가 있을 뿐 판단능력이나 인지능력은 정상이기 때문에 심신상실이 될 수 없고 준강간이 될 수 없다.
혐의를 벗은 남성은 여성을 성범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다. 요즘에는 성범죄로 무죄,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 피고소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무고죄 고소를 하고 있으며, 만약 무고죄로 인정된다면 예전과 달리 징역형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 강한 처벌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준강간 피해자였던 여성은 성범죄가 무혐의로 결론 남으로써 역으로 무고의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결과가 유죄 아니면 무죄로 극단적이고 양자택일이다 보니 자칫 이렇게 될까봐 성범죄 고소를 할 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무고죄가 성립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고소해야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소하는 죄이다. 허위사실을 고소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소인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상대를 처벌받게 만들기 위해서 악의적으로 고소해야 성립되는 죄이다.
고소인이 실수로, 착각해서,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을 구별 못해서, 정말 범죄를 당했다고 생각해서 허위 고소를 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본인이 진정한 피해자라 생각하고 고소했다면 무고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무고죄에 관한 한 억울한 피의자나 피고인은 거의 생기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죄의 구성요건 자체에서 무고자의 내심의 목적까지 요하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무고죄는 억울한 피의자의 보복을 위한 죄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한 국가의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와 사법기능의 경제성을 보호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범죄 무고죄가 성립되는 경우를 보면 잘 사귀다 헤어졌으면서 보복 심리로 고소하거나, 불륜한 사실을 남편에게 들키자 상대방을 성폭행으로 고소하거나, 상대방 남성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서 앙심을 품고 고소하는 등 고소인의 악의가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이다. 따라서 진실된 고소를 한 것이라면 무고죄를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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