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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성범죄에 있어 전자 정보 압수수색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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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성범죄에 있어 전자 정보 압수수색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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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디지털 정보는 눈으로 볼 수 없고 형체가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보가 저장된 매체를 압수하거나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탐색하고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포렌식 절차이다.

하지만 정보저장매체에는 범죄혐의와 무관한 다른 정보도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선별과정에서 다른 정보가 탐색되고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 결과 수사기관이 압수한 디지털 기기를 포렌식 하던 중 다른 성범죄 촬영물을 발견하는 일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정보가 별건 수사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불법촬영물은 순식간에 전파되고 대량으로 복제될 수 있는 동시에 휘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신속한 증거확보와 범죄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휴대폰과 같은 저장매체 안에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관련 자료가 함께 있기 때문에 해당 범죄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열람하는 것은 피의자의 프라이버시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상반되는 가치는 영장주의 문제와 결부된다.

대법원은 압수된 디지털 기기에 있는 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혐의 사실과 무관한 별건 사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 즉시 포렌식 절차를 중단하고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영장을 받지 않는다면 새로 발견한 촬영물을 열람할 수 없고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새롭게 발견된 촬영물과 범죄 혐의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면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할 수 있다. 이때 관련성 여부는 개별적으로 고찰할 수밖에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고 있다.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거나 경향성의 발현으로 인한 일련의 범행으로 볼 수 있거나 범죄의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된다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면 단지 동종, 유사한 수법의 범죄라고 해서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몰카 범죄로 체포된 피의자의 휴대폰을 분석하는 도중 다른 성착취물을 발견한 경우, 아청물 소지죄로 포렌식 하던 중 성관계 영상을 발견한 경우에는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때는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휴대폰과 연동된 클라우드에 저장된 촬영물을 발견한 경우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휴대전화,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된 정보와 클라우드와 같은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완전히 별개이며 압수수색의 방식에 차이가 있다.

수사기관이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별도로 압수할 물건이라고 특정되어야 한다. 즉 영장에 압수할 물건이 휴대폰 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면 압수한 휴대폰을 이용하여 클라우드에 있는 촬영물까지 압수할 수는 없다.

최근 이 같은 사건에서 휴대폰의 자동 로그인 기능을 이용하여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압수한 촬영물을 위법수집증거로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그 부분에 대한 유죄 판결을 파기 환송한 판결이 있다. 휴대폰과 클라우드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할지라도 클라우드는 다른 공간이므로 별도의 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포렌식 절차를 중단하고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집행하려면 시간적 공백이 생긴다. 그 사이에 피의자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촬영물을 삭제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것은 수사의 결국 효율성·피해자 보호와 피의자의 기본권이 충돌되는 문제이다. 어느 것이 중요한지는 가치판단의 문제일 수 있겠으나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한 피해자 보호에 좀 더 치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