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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10조 '턴키' 승부수… 수율 70% 벽이 관건 [AI 반도체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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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10조 '턴키' 승부수… 수율 70% 벽이 관건 [AI 반도체 패권]

설계·파운드리·패키징 수직 통합 청사진, HBM4·3나노 안정화가 성패 가른다
비메모리 적자 지속 속 엑시노스 2700 경쟁력 회복이 마지막 퍼즐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TSMC가 독주하는 파운드리 시장,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HBM 전선. 사방이 포위된 형국에서 삼성전자가 선택한 돌파구는 '전선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었다.

디지타임스(Digitimes)28(현지시각),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의 압도적 수익력을 발판 삼아 반도체 설계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Turn-key·일괄수주) 솔루션' 모델을 2026년까지 완성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입 예산은 110조 원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라, AI 반도체 시대의 공급망 주도권을 겨냥한 전면적 체질 전환 선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턴키(Turn-key)' 통합 전략 핵심 요약.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반도체 턴키(Turn-key)' 통합 전략 핵심 요약. 도표=글로벌이코노믹

110조 원 '수직 통합' 청사진… AI 빅테크 장기 계약 선점 노린다


삼성전자의 이번 구상은 논리 연산(Logic)·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첨단 패키징 역량을 단일 기업이 모두 보유한다는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영현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수직 통합 모델이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경쟁 지표임을 공식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양산 체계, 4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 그리고 'I-Cube''X-Cube'로 대표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하나의 납품 패키지로 묶는 '크로스 도메인 통합'을 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계약 구조의 변화다. 엔비디아(Nvidia), 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공급망 단순화를 위해 통합 솔루션 공급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달 전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에 맞춰 3~5년 단위의 장기 공급 계약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마이크론의 장기공급계약(SCA) 전략에 맞대응해 수요를 선점하고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계산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가속기 한 세대의 개발 주기가 2년 안팎으로 단축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HBM·파운드리·패키징을 따로 조달하는 방식의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핵심 과제는 '수율'3나노 이하 60~70% 확보가 전제 조건

야심 찬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비메모리 부문은 구조적 한계라는 암초를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3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에서 수율을 60~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업계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선결 과제다. 수율이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객사 확보는 물론 단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린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설계 역량 회복도 시급하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700'(가칭)이 삼성 주력 스마트폰에 안정적으로 탑재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설계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통합 모델은 수주를 받아도 납기와 품질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파운드리·LSI 수천억 적자 지속… '정상화'가 통합 전략의 마지막 퍼즐


실제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은 지난해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일시적인 채용 중단이라는 이례적 상황까지 겪었다.

업계에서는 이 두 사업부의 운영 정상화가 턴키 솔루션이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자 가장 무거운 조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 구조상,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파운드리 수주가 늘어나면 삼성에 소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들의 수주 물량도 함께 회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TSMC와의 공정 기술 격차를 좁힐 변곡점을 2026년 하반기~2027년 초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합'이 강점이 되려면, 세 고리가 동시에 맞물려야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단일 메모리 품목의 우위를 넘어 설계·제조·패키징 전반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엮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세 고리 중 하나라도 약한 고리가 있으면 '통합'은 차별화 요인이 아니라 리스크 집중 요인이 된다.

HBM4 수율이 안정되더라도 파운드리 공정이 고객 기대에 못 미치면 턴키 수주는 결국 HBM 단품 계약으로 쪼개진다. 엑시노스가 다시 갤럭시 플래그십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에 밀리면 시스템LSI 사업부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린다.

반대로 세 고리가 동시에 맞물리는 순간, 경쟁사가 복제하기 가장 어려운 구조적 경쟁 장벽이 완성된다.

삼성이 110조 원을 쏟아붓는 것은 돈의 싸움이 아니다. 수율, 설계, 패키징이라는 세 개의 기술 절벽을 동시에 오르는 타이밍의 싸움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