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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발목 잡는 '상속세' 개편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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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발목 잡는 '상속세' 개편 속도 내야

산업부 김정희 기자
산업부 김정희 기자
지난달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효성중공업 보통주 16만817주를 매도하며 67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확보한 매각대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상속세 납부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이후 효성은 최소 4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세는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얼마 전 OCI홀딩스와의 통합으로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한미약품그룹 역시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갈등의 시작점이 됐다. 삼성은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고 있다. LG 일가는 99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고 있다. 넥슨의 지주사 NXC 2대 주주에 기획재정부가 올라와 있는 것도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한 결과다. 중소·중견 기업들도 상속세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권을 포기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에서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그대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과제 등을 적용하면 세율은 60%로 뛴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55%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공제 혜택이 커 사실상 한국보다 낮다. 독일은 30%, 미국은 40%를 적용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속세에 따른 부담이 더 큰 것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른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분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고 있다.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상속세 마련에 집중하느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 이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나 추진하고자 하는 신사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달 30일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1월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언급이 있었던 만큼, 세법 개정 등 이와 관련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