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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통화정책 발목 잡는 체감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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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통화정책 발목 잡는 체감 물가

그래픽=연합뉴스/자료=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연합뉴스/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의식주 관련 필수 생활물가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국은행은 영국 EIU 통계를 인용해 서울의 의식주 물가 수준이 OECD 평균보다 55%나 높다고 밝혔다. 특히 사과·돼지고기·감자·남성 정장·골프장 이용료는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물론 물가 수준과 상승률 개념은 다를 수 있다. 정부 내에서 물가 책임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세계에서 먹고살기 매우 힘든 나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의 물가다. 기후변화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의식주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당장 다음 달부터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41원, 경유는 38원가량 오른다. 휘발유 인하율을 25%에서 20%로, 경유와 LPG·부탄 인하율을 37%에서 30%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상반기에 동결했던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유류 가격이 오르면 교통비나 물류비용은 물론 인건비도 상승한다. 타격은 서민 가계부터 입는다.

추석이나 김장철에도 먹거리 물가는 들썩이기 마련이다.

때 이른 불볕더위는 이상기후의 전조 현상이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비도 많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농산물 가격은 다시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1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한 상반기보다 더 많은 돈을 하반기에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면 유통 시스템은 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가안정 예산 편성보다 급한 게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물량이 부족하면 임시 경로를 늘리면 된다. 독과점 유통구조로는 의식주 체감 물가를 낮출 수 없다.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금리인하도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재 가격은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활동 위축과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물가 오름세 심리를 꺾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