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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한(恨)'을 승화시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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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한(恨)'을 승화시키는 노력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의 가사를 보면, "한 많은 이 세상 홀로 늙고" "한오백년 살아보세"라는 표현에서 한민족의 정서에서 ″한(恨)″이란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안타까움, 아쉬움, 서러움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깊은 정서적 울림이 얼마나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중국은 중의학 고전에 보면 '칠정(七情)'은 인간의 기본적인 7가지 감정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가지는 정서인 '한(恨)'은 빼놓고 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한(恨)″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한(恨)이 골수에 사무친다”라는 표현을 어떤 사건의 계기가 되면 누구나 사용했다.
필자가 어릴 적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조상 어른께서 높은 웅지와 희망을 이루고자 처절하게 노력했지만, 높은 장애물에 걸린 불가항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언젠가 이루고 말고자 자손에게 자신의 ″한(恨)스러움″을 남겨 주었다고 했다.

이렇게 '한(恨)'이란 용어는 과거 개화기에 여성들이 남성에게 겪었던 폭력에 대한 깊은 상처와 분노를 표현하는 한(恨), 소수민족들이 언어와 문화 등 전통이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느끼는 한(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이역만리에서 느꼈던 한(恨) 등 다양한 사례를 겪어 왔다.
한국 사회는 매우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대권 욕심과 권력 다툼, 청년층의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세대 간·계층 간 갈등, 물질 중심주의와 개인주의 확산 등 저마다의 한(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과 목숨을 걸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지금도 용을 쓰고 있다.

필자는 어떤 사건과 누군가로 인해 뜬 눈으로 보낸 적은 있어도, 총선과 대선에서 낙선한 사람과 투기 또는 도박을 하다 자산을 몽땅 날린 사람의 심정들은 알지 못하지만, 당사자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절망감과 동시에 본전을 찾거나, 목적 달성에 대한 강력한 여운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화병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시시로 울화가 치밀고, 한(恨)의 대상에 대한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으며, 심지어 한(恨)을 유발한 대상에 대한 우울한 감정과 심각한 피해의식까지도 자리하는 등 한 인간을 황폐하게 하면서, 인체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필자는 의사나 한의사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경험했던 사례들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 불면증, 두통, 관절염, 만성 위축성 위염 등으로 인해, 두통약과 안정제, 신경통약과 각종 위염을 치료하는 각종 약봉지를 달고 살면서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고통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순간순간에 발생하는 슬프고 억울하고 한스러운 일들에 대한 묵은 감정들도 잊어서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보호할 것임에도, 작금의 한국 사회현상을 보면, 그 어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기에 한(恨)이 되어, 망각이라는 좋은 안전장치를 무색하게 한다.

한국 사회는 몸과 마음이 모두 한(恨)이라는 중병으로 인해, 치료할 가능성이 어렵게 되었다. “가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가 보겠다” “죽는 한이 있어도 목적한 일은 이루겠다“ 이런 말에는 자신의 인생을 걸 정도는 아님에도, 결국 소중한 것을 잃게 될 위험성은 모르는 것이다.

인생의 미래는 스스로 노력과 가치관에 달려있다. 한(恨)을 품기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나 절대 우선의 일에 매달려 실패한 대상을 만회하고 재기하면서, 성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에너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루지 못할 판단이면, 실패의 허탈감에서 단념해야 한다.

한국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관과 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헛된 지식과 욕심으로 인해, 권력의 견제와 균형 감각을 잃어버린 탓이다. 맹자는 "지나치면 부족하게 된다(過猶不及)"라고 했다. 건전한 이성으로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恨)이란 정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삭이는 방법이고, 하나는 그 원인을 찾아 푸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루지 못할 일을 풀려고 하거나, 이룰 일을 하지 않고 한(恨)을 풀려고 덤비는 경우와 모든 일을 포기하고 삭이기만 하려는 무모함이 있으니 문제다.

지구촌이 인간의 욕심으로 생성된 각종 쓰레기로 인해, 한(恨)이 쌓여, 기후위기와 정치 사회적으로 다양한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전통 사상은 '모든 것이 자신'이므로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이제라도 공동체 회복과 제도 개선, 이해와 소통 등 공공의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