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승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20년 돌발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된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이 거의 100%다. 트럼프의 기본 협상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모든 협상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 외교적 명분, 국가의 위상, 이념적 충돌 같은 요소들은 트럼프의 협상 공식에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직 하나, 비용과 이익의 분석만이 그의 결정을 좌우한다.
◇트럼프 협상의 본질: 비용 대비 최대 이익
트럼프의 협상 원칙은 간결하고 분명하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 또는 현재와 미래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보통의 외교 관료나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과는 결이 다르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같은 인물들은 '민주주의 수호'나 '국제적 리더십' 같은 추상적인 명분을 중시하지만, 트럼프에게는 그런 개념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협상 방식은 철저히 비즈니스 원칙에 기반을 둔다.
그는 과거에도 이러한 접근법을 고수해 왔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김정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철저한 협상 전략의 일부였다. 즉각적 친밀감 형성(Instant Rapport Building) 혹은 협상 분위기 조성(Setting the Climate)) 전술을 활용한 것이다. 협상의 초기 단계에서 상대의 적대감을 허물고, 기대치를 높임으로써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트럼프의 선택: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
트럼프는 김정은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군사력 동원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김정은과의 협상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는 연간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 이는 트럼프의 협상 공식에서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018년 6월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한미훈련 연기는 트럼프의 실리적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지였던 것이다.
◇트럼프의 다른 협상 사례: 철저한 비용 대비 수익 분석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한미 군사훈련뿐 아니라, 그의 모든 정책 결정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관세 정책의 경우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 보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수십 년 동안 이용해 왔다"며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경제 이익을 우선한 결정을 내렸다.
이민자 추방 정책도 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전 세계의 보호소가 아니다'는 그의 발언은 경제 논리에 기반한 것이었다.
파리협약도 탈퇴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 대응보다 미국 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파리협약을 탈퇴했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공정한 협약"이라며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유엔기구와 국제 협정 탈퇴도 탈퇴했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탈퇴도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 탈퇴 결정을 내렸다.
유럽연합(EU) 미군 주둔 비용 증액도 요구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게 "공정한 몫을 내라"고 요구하며, 미국의 군사 주둔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한 투자유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제조하라, 미국인 고용하라'는 트럼프의 구호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자국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으로 둔 비즈니스 협상의 결과였다.
◇김정은과의 협상: 냉철한 비즈니스 계산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협상에서도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를 적용한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라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무엇을 얼마나 적게 제공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하며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비용 대비 가치가 없는 협상'으로 판단했다. 영변만 폐기하는 것은 북한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며, 북한의 미래 핵 개발을 차단하는 효과도 미미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결론: 트럼프 협상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김정은과 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기존 외교관료들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그에게는 체면, 명분, 위상이 아니라, 비용, 이익, 손익 분석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역시 트럼프 시대의 협상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략협상AI인 네고메이트 Negomate가 한미 협상 전략 분석과 시나리오 수립에 기여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박무승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전략협상 AI 네고메이트 개발자)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