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루이지애나주에 50억 달러 규모의 철강 공장을 세우고, 대한항공도 327억 달러(약 48조원)를 투자하며 미국 경제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투자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 정부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
최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크게 늘었다. 현대차와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며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단기적 관세 회피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비용 증가, 노동시장 문제 등 여러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를 명분으로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늘리며 적극적인 현지 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세 번째 공장을 신설하고, 철강 생산 시설도 미국 내에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변동성이 크다. 투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정치적 변수에 따라 한국 기업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국내 기업의 대응
미국과 한국의 관세 협상이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동차·반도체·가전 업계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는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와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유럽 시장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가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미국 정부의 압박에 밀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무역 협상, 실리 찾아야
미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한국은 강대국 논리에 휘둘리기보다 전략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 과거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계속되면 한국은 협력과 갈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무조건적 양보보다는 협력의 틀 속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 확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면서도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투자, 전략적 마케팅의 중요성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생산시설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하면서 현지 맞춤형 금융 혜택과 충전 인프라 제공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면서 ‘프리미엄’과 ‘가성비’ 전략을 동시에 사용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확대하고 있다. 갤럭시 플래그십은 혁신적인 카메라와 인공지능(AI)으로 차별화하고, 중저가 모델은 가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한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현지화된 마케팅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시장 진출과 관세 완화를 위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단순한 양보로 끝나선 안 된다. 투자 확대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전략적 협상이 필수적이다.
미국 정부도 한국 기업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상호 이익을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공짜는 없다. 한국 기업들은 철저한 계산과 전략적 판단으로 미국 시장과 협력해야 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