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노르웨이산 실리콘은 아시아에서 가공 과정을 거친다. 글로벌 웨이퍼의 미세 전기회로를 만드는 전(前)공정은 한국과 대만이 맡고, 반도체를 조립하는 후(後)공정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 중국과 동남아에서 맡는 식이다.
일본도 글로벌 웨이퍼 시장의 50%를 점유하는 신에츠와 SUMCO를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전공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기업이다. 하지만 전공정에 사용하는 설비는 대부분 미국·일본·네덜란드산이다.
미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 내 반도체 판매는 2024년 기준 607억 달러다.
글로벌 전체 시장점유율의 35%다. 반면 글로벌 생산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관세 카드를 빼 든 이유다.
TSMC에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엔비디아도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은 앞으로 4년간 5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를 설계한 후 TSMC에 위탁 생산해온 엔비디아까지 애리조나 공장을 가동할 만큼 반도체 관세의 위력은 강력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폭스콘 등이 미국 투자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효율이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인 테크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첨단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경우 대만보다 10% 이상 비쌀 게 확실하다.
수입하는 반도체 설비에 대한 관세는 현재 검토 중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의 데이터를 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계획된 미국 내 반도체 신설 공장은 108개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