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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보수, 무너진 집을 다시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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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보수, 무너진 집을 다시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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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국민의힘은 6·3 대선 참패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부 갈등만 확인한 채 구체적 해결책이 없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일정 논의는 계파 갈등으로 번졌고, 친윤계는 개혁 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의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며 내홍을 키웠다.

의원총회는 대선 패배 원인 분석보다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장으로 변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정체성과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고, 유권자들의 분노는 냉소로 변했다. 보수 정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붕괴됐고, 조직적 무책임이 정당 본질을 심각히 훼손했다.

당 지도부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모호한 구호로 핵심 책임자를 숨기며 책임 분산에만 몰두했다. 이는 일본의 ‘일억 총참회론’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탄핵 반대, 특검 저지 실패, 비대위 전환 등 주요 사안도 책임 없이 무책임하게 넘어가면서 책임 정치는 붕괴됐다.

필자는 보수 위기의 본질은 단순 전략 실패보다 체질적 한계가 원인이라고 본다. 대선 결과는 보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것이며, 총선 시뮬레이션에서 국민의힘이 99석에 그친 것은 유권자들은 더 이상 보수를 대안으로 보지 않고, 보수 기반 붕괴를 표로 알린 것이다.
보수 분열과 개혁신당의 부상은 전통적 지역 기반 해체로 직접 연결되었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일부 보수 텃밭까지 흡수했으며, 국민의힘은 충청 일부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문수는 과거 민주화 운동의 상징에서 현재는 구체제 보수의 대표적 표상으로 전락했다.

이준석은 젊은 보수의 상징으로 디지털 정당과 실용 정치 모델을 제시했으나, 당내 주류 세력의 배제와 기득권 저항으로 고립되었다. 마크롱식 개혁 시도는 말실수와 기득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결국 보수 진영은 세대교체와 실용 정치 기회를 저버렸다.

보수 내부는 개혁에 대한 집단적 공포가 깊이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 제기와 비판이 억압받고, ‘내부 총질’이란 프레임으로 비판자를 조직에서 축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보수는 폐쇄적이고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하며 국민과의 소통 단절을 초래했다.

필자는 윤석열의 권력 구조는 국민의힘을 사실상 사유화했으며, 당 지도부는 민심보다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에 지나치게 몰두했다고 본다. 그 결과 정당의 공공성과 책임성은 심각히 훼손되었고, 국민의힘은 정책 정당이 아니라 정치 사조직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인 민주당은 입법 독주의 국민적 우려 속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협치 전략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방송 3법과 양곡관리법 논의 연기도 대통령실과 긴밀히 조율된 정치적 판단으로 평가되며, 여당의 정치적 안정과 신뢰 확보 의지를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 건의 특검법 공포안을 의결하며 진실 규명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이는 이 정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정치 행보로,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남용과 정치 갈등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원칙 정치로서의 신뢰 회복 시도로 해석된다.

특검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일부 친윤 의원실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사무실을 정리하는 등 위기감이 확산한다고 하며, 정당 해산설까지 불거졌다. 보수층의 무력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민은 경제적 안정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당무감사, 공천 제도 개선 등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내부 반발과 의혹 속에 개혁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는 그의 시도를 ‘자기 정치’로 비판하며 이준석계와의 연계를 의심했고, 이는 당내 진영 갈등을 키우며 국민적 비판을 초래했다.

범보수 진영이 다시 지난 위상을 되찾으려면 청년, 여성, 서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회 계층의 실질적 삶을 대변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며, ‘보수 간판 철거론’은 구호가 아닌 실천을 요구하는 경고다. 반성과 변화 없는 보수는 회생 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김문수 전 후보의 최근 연쇄 회동은 당권 도전 의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지지 집회와 동선이 겹친 점은 정치적 메시지로 의심되며, 친윤 결집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을 넘는 통합 리더십이며, 중도·진보·반이재명 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는 큰 정치가 절실하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